윤 대통령·한 위원장 충돌은 총선 이후 권력 쟁투 예고편?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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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번 사태의 승자 분석
수직적 당정 관계 탈피 평가
총선까지 현 체제로 치러질 듯
현재·미래 권력의 갈등 필연적
김 여사 명품백 등 불씨도 여전
선거 후 ‘파워게임’ 본격화될 듯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사무처 순방을 하며 조직국 당직자들과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사무처 순방을 하며 조직국 당직자들과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충돌이 발발 이틀 만인 지난 23일 오후 전격적인 ‘서천 회동’으로 조기 봉합됐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분열은 곧 공멸’이라는 양측의 공감대 속에 검사 시절부터 함께 한 두 사람의 ‘21년 신뢰 관계’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 권력의 양대 축인 동시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를 대표하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정치역학상 필연적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차기 대권 향배를 둘러싸고 펼쳐질 내부 권력 쟁투의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여의도 정가는 이번 사태의 승자를 한 위원장으로 보는 분위기다. 갈등을 표면화한 것도, 여의치 않자 이를 급하게 수습하려 한 것도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면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과’ 요구에 보조를 맞춘 듯한 한 위원장의 행보에 윤 대통령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직접 보낼 정도로 격노를 표했고, 이용 의원 등 친윤 핵심은 이를 공론화해 한 위원장 ‘흔들기’에 나서면서 외부에 드러났다.

그러나 취임 이후 보수 지지층의 팬덤이 더 견고해진 한 위원장인 데다, 여론 역시 김 여사 개인 문제로 대표 사퇴까지 거론한 대통령실과 친윤의 ‘무리수’로 보는 시각이 뚜렷했다.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총선이 목적인 상황에서 친윤계 의원들조차 일사불란하게 호응하지 않았고, 결국 윤 대통령이 전날 한 위원장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서 상황이 정리된 형국이다.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이전의 수직적 대통령-당대표 관계를 탈피해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명품가방 논란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 문제 등에 대한 이견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지만, 한동훈 체제 흔들기에 대한 여론과 당내 강력한 저항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총선은 한 위원장 주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점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한 위원장 역시 전날 회동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강조하면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도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이런 기류를 감안할 때 총선 전에 양측이 모종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한 측근은 “오랜 기간 김 여사가 비슷한 문제로 시달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대통령으로서는 한 위원장의 행보에 감정이 격앙됐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위기 국면에서는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해 왔다는 점에서 김 여사 사과 문제도 전향적으로 풀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역시 당장은 친윤계가 바라는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를 거부하지만, 조만간 총선 출마를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비대위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총선 이후 두 사람의 동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물론 총선에서 대패할 경우, 한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반면 선전했다고 평가할 만한 의석수를 확보해 여권이 어느 정도의 국정 동력을 확보한 이후에는 잠재해 있던 이 문제가 다시 발화할 수 있다는 당내 예상이 적지 않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선을 넘었다”는 말이 여전히 나온다. 한 영남권 의원은 “윤 대통령에겐 3년의 임기가 남아있다”면서 “원하는 ‘차기’ 구도를 만들 순 없어도, 원하지 않는 인사를 ‘리스트’에서 뺄 수 있는 힘은 있다”고도 했다. 물론 두 사람의 오랜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윤 대통령으로서도 가장 믿을 만한 한 위원장을 거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반대 시각도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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