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한국해양대 총장 공석, 교육·해수부 뭣하나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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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총장 선거 후 반년 넘도록 임명 안 해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파행
일부 업무 공백, 현안 대응 속수무책
세계 최고 글로벌 해양대 추진 차질
정부의 총장 임명·대학 정상화 시급
해수부, 위기의식 갖고 해결 나서야

한국해양대는 1945년 부산에서 ‘해양입국’을 기치로 내걸고 개교했다. 이후 79년 역사를 통해 해양 분야 전문 인력을 숱하게 양성하며 해양 특성화 종합대로 발전했다. 이 국립대는 한국경제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한 해기사의 요람이다. 그간 선장과 기관사 등 1만여 명의 고급 해기 인력을 배출했다. 해기사들은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살면서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토대 역할을 한 해운산업의 역군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1960~90년대 해외에서 선원으로 취업해 벌어들인 82억 6178만여 달러의 막대한 외화는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다음 달로 우리 선원이 해외 취업에 나선 지 60주년이 돼 한국해대가 생긴 의미를 더한다.


한국해대는 몇 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해양 특성화 종합대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때부터 세계 해양의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학의 꿈을 키우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 대학 발전의 시곗바늘은 지난해 11월 7일을 기해 멈춰 서버렸다. 이날 제8대 도덕희 총장의 4년 임기가 끝난 뒤 3개월 가까이 총장 자리가 공석이어서다. 앞서 7월 20일 제9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서 1, 2순위를 차지한 두 교수가 교육부에 추천됐다. 그런데도 반년이 넘도록 정부의 후임 총장 임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감감무소식이다.

국립대 총장이 어떤 자리인가. 학생 지도, 교무 처리, 소속 공무원 지휘감독 등 학내 제반 업무를 통할하고 전반적인 대학 정책을 결정한다. 학교를 대표하는 대외적 활동도 많은 기관장직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장관급 대우를 한다.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수장을 잃은 한국해대가 자칫 난파선이 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현재 모습은 배가 선장도 없이 방향을 잃고 망망대해를 떠도는 꼴이다. 실제로 대학 총장이 공석인 탓에 일부에서 행정 공백을 빚는 데다 미래와 직결된 현안에 속수무책이다.

국립 부경대가 최근 한국해대에 여러 번 제안한 대학 통합이 대표적이다. 의사 결정권을 쥔 총장이 없어 대학 간 협의는커녕 내부 논의나 의견 수렴도 힘든 실정이다. 부경대 요구는 전국 대부분 대학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돼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자는 것으로, 묵살해도 될 사안이 아니다. 오는 8월 선정을 앞두고 적극 검토할 만하다. 융복합 시대에 한국해대와 수산기술에 특화한 부경대가 통합 혁신안으로 글로컬대로 지정돼 세계 최고 해양과학 종합대로 거듭나자는 게다. 올 들어 인천시가 해양대·해양수산대 설립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이 문제 역시 한국해대로선 총장이 없어 판단과 대응이 어렵다. 반면 인천의 움직임은 가뜩이나 수도권 일극체제로 전국 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는 판국에서 한국해대의 존립을 위협하는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한국해대 총장의 부재는 비슷한 시기에 총장 선거를 치른 서울과학기술대와 서울교대 두 국립대 총장이 지난달 28일 임명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해대는 서울 밖 ‘지잡대’로 취급하며 나 몰라라 해도 상관없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교육부는 총장 임용후보자가 결격 사유가 있다면 더는 침묵하지 말고 정확한 이유를 밝혀야 옳다. 일언반구조차 없이 계속 방치하는 건 대학의 파행을 조장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처사다.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현 정부가 지방시대를 선포하며 지역·대학의 동반 성장을 위해 도입한 교육발전특구 제도에 역행하는 행태다. 정부의 대학 길들이기나 줄 세우기라는 의혹까지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해양수산부도 교육부 문제로 치부해 외면해선 안 될 일이다. 정부의 ‘신해양강국’ 정책 실현에 한국해대의 경쟁력 강화와 참여는 필수적이다. 길어지는 총장 공석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 해수부의 위기의식이 요구된다. 교육부와 대통령에게 한국해대의 중요성과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켜 신속히 정상화해야 마땅하다. 한국해대는 2019년에도 교육부의 총장 1순위 후보 임용 제청 거부로 총장 공백사태를 빚었다. 교육부의 느긋함과는 달리 한국해대는 여러 업무 차질로 피가 마른다. 이를 지켜보는 대학 동문과 지역사회, 해양업계는 속이 갑갑하기만 하다. 이러니 해수부와 대통령실을 연결할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줄기차게 나오는 것 아닌가.

교육부 장관과 해수부 장관은 뭣하고 있는가. 하루빨리 한국해대 총장을 임명하든지 아니면 재선거를 요청하든지,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 총장 공석이 더 장기화할 경우 장관의 사명감과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애정이 없고 해양수산을 무시하며 부산을 홀대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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