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항문·성기” 읊는 아동 성범죄 재판에 초등생 견학시킨 창원지법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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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학년 견학, 재판 7건 중 5건이 성범죄
“유사 강간 행위” 등 원색적인 표현 듣고 퇴정
법원 “공개 원칙에 연령제한 두고 있지 않아”
아동 협회 “비교육적인 견학, 정서적인 학대”

법정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법정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피고인의 구강과 항문에 피해자의 성기를 삽입하게 하는 행위는…”

창원지방법원이 법정 견학 온 초등학생들에게 변태적 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아동 성범죄 사건을 잇따라 방청하게 해 논란이다.

창원지법에 따르면 25일 오전 창원시내 초등학교 2곳에서 5학년생 남녀 20여 명이 해당 법원을 찾았다. 재판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법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견학이다.

아이들은 이날 법원 직원의 인솔하에 형사재판을 참관한 뒤 법원문화전시관과 모의재판체험관을 둘러봤다. 먼저 315호 대법정 방청석에 착석해 약 30분간 머물며 재판을 지켜봤다.

문제는 이때 선고된 재판 7건 중 5건이 성범죄 사건이라 초등학생이 방청하기엔 부적절한 내용이었다는 것. 특히 그중에서도 4건은 피해자가 미성년·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여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재판부는 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양형 이유로 “만10~11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 피해자와 유사 강간 행위를 2년 넘도록 지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공소사실은 무죄라 판단했는데, A 씨의 신체 일부에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삽입한 행위에 대해 법리상 유사 강간으로 해석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기·구강·항문’ 등의 단어만 10여 차례 반복 거론됐다.

곧바로 이어진 재판에서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매수등)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13세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성을 매수하는 행위를 했다. 아동 청소년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꾸짖었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피해 사실을 듣고 다소 경직된 채로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창원지법 견학 프로그램’은 학교·학무모 등이 신청하면 법원에서 투어 코스를 계획한다. 담당 재판부의 동의가 필수고 법원 제반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은 공개 재판 원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업무처리를 했지만, 절차상 아쉬웠던 부분은 내부 논의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견학 일정을 짤 당시에는 예정된 재판이 315호뿐이었다. 공개 재판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게 아니고, 성범죄라고 무조건 (견학에서)제외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런저런 재판인데 괜찮겠냐’며 부모와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동 관련 단체에서는 이번 견학 자체가 비교육적인 데다 정서적인 학대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성교육을 위해 굳이 포르노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팔·다리가 잘린 시신을 보여줄 이유가 없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재판을 보여주는 게 교육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이런게 정서적인 폭력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하며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굳이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아직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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