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환골탈태 내건 ‘단골 공약’, 남은 건 희망고문·특혜 논란 [21대 부산 국회의원 공약 점검]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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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복합개발·재개발

센텀2지구·옛 부산외대 부지
부산종합버스터미널·금강공원 등
총선마다 대규모 개발 약속 반복
실제 사업은 대부분 제자리걸음

부산지역 총선에서 계속 등장하는 복합개발, 재개발 사업은 수년에서 수십년간 실체화되지 않고 공약만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재개발 공약이 이어진 금강공원의 2009년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지역 총선에서 계속 등장하는 복합개발, 재개발 사업은 수년에서 수십년간 실체화되지 않고 공약만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재개발 공약이 이어진 금강공원의 2009년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지역 총선 ‘단골 공약’에는 ‘복합개발’ ‘재개발’ 사업이 많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지역을 “확 바꿔놓겠다”는 공약이다. 터미널, 기차역, 공원을 비롯해 대규모 토지나 시설을 복합 상업지대로 탈바꿈시킨다는 공약은 매번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그러나 복합개발, 재개발 사업은 수년에서 수십년간 실체화되지 않고 공약만 반복되고 있다.


■‘확 바꾼다’던 공약, 현실은 제자리…특혜 논란만 키워

지난 총선에서는 부산 곳곳에서 대규모 재개발 사업 공약이 제시됐다. 센텀2지구 사업에서 부산외대 부지 개발, 부산종합버스터미널 복합 개발 등을 통해 지역을 통째로 바꿔놓겠다는 공약이었다. 일부 후보는 개발사업을 ‘완성’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이들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특혜 논란만 키우는 모습이다.

2010년부터 추진된 센텀 2지구 사업의 경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완성”을 공약했다. “책임 정치 하겠다”고 강조한 김 후보는 “제2센텀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센텀 2지구는 그러나 완성과 거리가 멀다. 3단계로 나눠 진행 중인 사업은 1단계가 오는 6월 이후에나 착공 가능할 전망이다. 김 의원의 21대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착공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풍산과 반여농산물시장 등이 포함된 2단계는 최근 풍산 대체부지 이전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풍산이 해운대 부지를 매각할 경우 수천억 원의 매각차익이 발생해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2014년 대학 이전 이후 방치된 ‘부산외대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남구 감만동 외대부지에 ‘해양테크노벨리 구축’ 공약을 했다. 박 의원은 “판교테크노밸리 신화를 만든 진짜 경제전문가”라며 외대부지를 해양테크노벨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대부지 개발은 2022년 공영개발에서 민간개발로 방향이 바뀐 이후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성 악화 등이 사업 부진의 이유로 제시됐다.

2014년 부산시의 ‘개발계획’이 수립된 노포동 부산종합터미널 역시 사업이 공약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힘 백종헌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부산종합터미널 뉴딜 복합개발’을 공약했다. “낙후된 부산종합터미널을 복합개발, 세계정상급 쇼핑시설과 문화공간, 숙박시설 등을 배치해 생활인프라를 확대하고, 부산관문을 확 바꿔 도시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부산종합터미널 개발 사업은 도시관리계획상 개발제한구역, 자연녹지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업 부진에도 공약은 ‘재활용’…‘희망고문’ 이어져

부산의 복합개발 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총선 때마다 ‘재활용’되고 있다. 금강공원 재개발,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은 2002년 동물원 폐장 이후 방문객이 크게 줄었고 ‘드림랜드’ 등 재개발 계획도 수차례 시행이 무산됐다.

금강공원 재개발이 총선 공약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박관용 의원은 ‘금강공원 재개발로 활기찬 동래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2004년에는 이재웅 의원(한나라당)도 ‘금강공원을 테마파크로 조성해 온천장 관광상권 활성화’를 공약했다. 2008년부터는 이 지역에서 3선에 성공한 이진복 의원이 4년마다 ‘금강공원 재정비’(2008년) ‘금강공원이 드림랜드로 새롭게 태어난다’(2012년) ‘금강공원 드림랜드 연간 180만 명’(2016년)을 공약했다.

박관용 의원 시절 등장한 금강공원 재개발은 박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진복 의원에 이어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희곤 의원이 다시 공약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금강공원 재개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금강공원 재개발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2020년 ‘호텔농심’이 중심이 된 테마파크 사업 추진이 논의됐으나 이후 구체적인 사업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김희곤 의원 측은 “현재도 사업 추진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못했다.

사업 지연으로 부산시 ‘숙원사업’이 된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설도 10년 넘게 ‘추진 중’인 상태다. 2010년 정부의 ‘시범사업 추진대상’으로 선정돼 기대가 높았던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는 지역 상인들의 반대와 KTX 정차 여부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난항이 계속됐다. 부전역은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부산형 광역급행철도(BuTX) 등의 영향으로 철도 이용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역사 복합개발’은 방향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부전역 개발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이 ‘부전역세권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이후 부산진갑 지역 ‘단골 공약’이 됐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를 조기완공하겠다’고 공약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를 녹지축과 연계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이 ‘부전복합환승센터에 KTX, 도심터미널’ 기능을 더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는 지난 16년간 4명의 국회의원이 ‘추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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