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건희 여사의 잇백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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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들의 사진을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백이 있다. 바로 ‘잇백(It Bag)’이다. 잇백은 ‘It’s The Bag(이게 그 가방이다)’라는 말을 줄인 것으로 ‘누구나 갖고 싶은 바로 그 가방’을 뜻한다. 그 잇백의 시초가 프랑스 패션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에서 제작한 ‘레이디 디올 백’이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1995년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디올 가방을 즐겨 들었다고 한다. 디올은 다이애나의 허락을 얻어 그녀의 애칭인 ‘레이디 디(Lady Di)’에서 유래한 ‘레이디 디올’이란 이름을 공식적으로 붙였다. 레이디 디올 백은 전 세계에 10만 개 이상 판매되면서 잇백 열풍의 시초가 됐다. 한때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드라마 ‘SKY캐슬’에서 ‘예서 엄마’로 출연한 염정아가 색깔별로 바꿔 들어 눈길을 끌었다.

1997년 교통사고로 숨졌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잇백이 다시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2022년에 벌어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문제가 4·10 총선을 앞두고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친북인사의 몰카 정치 공작, 인권 침해에서부터 뇌물 수수까지 다양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급기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이 우려할 점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하고,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민심 폭발 원인을 제공했던 사치스러운 프랑스 왕비 앙투아네트에 견주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함박눈 내리는 재해 현장에서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굳은 악수로 갈등이 잠잠해진 듯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여전히 활활 끓고 있다. 오죽했으면 영국 BBC, 가디언 등 주요 외신까지 ‘2200달러짜리 디올 백이 한국 정치를 흔든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낼 정도이다.

퍼스트레이디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서 저절로 얻어진 자리로 선출직이나 임명직은 아니지만, 국가 행사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디올 백 사건에서 김 여사가 검찰총장과 대통령의 부인에 걸맞은 긴장감과 공적 마인드, 처신을 갖췄느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지, 비싼 물가와 추운 날씨만큼이나 대통령 부인까지 국민의 근심을 깊어지게 한다. 민심은 ‘내로남불과 후안무치’가 아니라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하는데, 대통령 내외만 듣지 못하는 듯하다. ‘바로 그 가방’이 문제인데도.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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