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들의 터무니없는 공사비 인상 요구 근절해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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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식 부산 재건축사업연합회장
물가 상승 탓 40% 인상 요구
자재비 인상폭보다 높아 부당
1군 건설사 공정위 고발 방침

박화식 부산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장이 지난 17일 부산일보사에서 시공사들의 부당한 공사비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박화식 부산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장이 지난 17일 부산일보사에서 시공사들의 부당한 공사비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시공사들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명확한 근거 없이 과도하게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부산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 박화식 회장은 부산은 물론 전국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상 조합과 시공사는 관리처분단계에서 공사비 협상을 진행한다.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뒤 조합 총회를 거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공사비로 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후 이주와 철거 단계에서 조합은 이주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키게 된다.

박 회장은 “PF 대출 이후에는 매달 큰 금액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이는 모두 조합의 몫”이라며 “시공사들은 이 같은 조합의 약점을 노려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사비 증액을 새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처음 약속했던 금액에서 40%를 증액해 공사비를 새로 산정하자고 나오는데 이는 횡포에 가깝다”며 “시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부가 발표한 건설공사비상승지수는 16% 정도다. 원자잿값과 물가 상승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시공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공사비 증액은 터무니없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새로운 공사비 협상은 길게는 수년씩도 걸린다. 조합원들은 매달 이자를 내야하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며 “결국 손해는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분양단가가 일반 분양 수준까지 치솟아 버리는 상황도 생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시공사들은 언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여론을 형성하려 하지만 조합에는 정확한 근거 자료조차 내놓지 못한다”며 “부산은 물론 전국 각지에 조 단위 사업장이 즐비한데 이런 사업장에서 20~30% 공사비가 오르면 그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반여4구역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해당 조합에서도 지난달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 조합이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특정 시공사만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일종의 담합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1군 건설 업체들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할 방침이다. 유사한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전국의 조합들과 박 회장 주도로 만나 해결책도 모색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시공사들의 이 같은 행태가 널리 알려진다면 전국의 조합원들 반발이 무척 거셀 것이라고 본다. 부산은 물론 전국의 조합들과 의견을 나누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으로, 정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여 시공사들이 물가 인상분만큼만 공사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는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부산에 결성돼 재건축 사업장의 권익 증진을 도모한다. 부산에서는 120여 곳이 연합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는 경기도와 경남 등 전국 곳곳으로 협회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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