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나무에 목도리 두르고 살해 연습도
검찰, 범행 이유서 보낸 방조범 A 씨 불구속 기소
피고인 김 씨,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도 적용
경찰청, 정치인 피습 대책 신변보호 강화 TF 구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 모 (67) 씨에 대해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에 더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오는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 대표의 주도로 종북 세력이 공천받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고, 범행을 위해 나무 둥치 등에서 칼로 찌르는 등 장기간 연습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상진 1차장검사)는 29일 김 씨에 대해 살인미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방조범 A(75) 씨에 대해서는 살인미수방조, 공직선거법위반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방조범 A 씨 외에는 추가 공범이나 배후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A 씨는 김 씨의 범행 계획을 사전에 들어 알고 있으면서 “범행 이유 등을 적은 메모를 언론매체와 가족들에게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대표 습격 범행 후 가족에게 발송해 주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다.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김 씨의 범행 결의와 이유 등이 담겨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경찰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김 씨가 송치된 이후 김 씨의 친족이나 지인 등 관련자 114명을 조사하는 등 전면적인 보완 수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2005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연고가 없는 곳에서 혼자 생활하며 극단적인 정치 성향에 빠져들었고, 이 대표에 대해서는 종북 세력을 주도하는 정치인으로 보고 적대감을 느끼게 됐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공인중개사 영업이 부진하고, 주식투자 손실, 사무실 임대료 연체 등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지난 2022년 11월 이혼하는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검찰은 김 씨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 주도로 종북 세력이 공천받아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범행했다고 봤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이 지연되자 ‘살해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등산용 칼을 구입해 범행에 용이하도록 개조했고, 나무에 목도리를 고정한 후 목 부위 높이를 목표로 흉기로 찌르는 연습도 했다.
특히 민주당 홈페이지를 통해 이 대표의 일정을 확인해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6월 부산 서면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규탄대회’때 처음으로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당시 경호 등으로 이 대표에게 접근할 수 없어지자 범행을 포기했다. 이후 추가로 세 차례 더 범행 기회를 엿봤지만 실패했고, 지난 2일 부산 가덕도에서 범행하게 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검찰은 김 씨의 범행으로 오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폭력으로 선거 자유를 방해했다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 하에 흉기를 이용해 정치인을 살해하려 한 정치적 테러 범죄이며, 선거의 자유를 폭력으로 방해한 사건”이라며 “특별수사팀이 직접 공소유지를 전담해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등 최근 정치인 피습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신변보호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9일 오전 경찰청과 ‘경찰청 선거안전 확보 및 각종 테러 예방 대책’ 간담회를 열었다. 경찰청은 정치인 신변보호 강화 TF를 구성, 총선을 앞두고 일련의 정치인 피습 사건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청과 각 정당 간 신변보호 강화 TF를 만들어 위험 상황 대비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며 “모방 범죄나 유사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분위기를 억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치권 주요 인사에 대한 범죄는 그 위험도가 더 높을 수 있다”며 “만약의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고 범죄 예고·협박 등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