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시니어 배우들, 설 연휴 극장가 달린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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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도그데이즈’ 주연
나문희·김영옥 나선 ‘소풍’
연기 도합 184년 베테랑
노년의 삶·고충 그려 눈길

영화 ‘도그데이즈’ 속 배우 윤여정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 컷. CJ ENM 제공 영화 ‘도그데이즈’ 속 배우 윤여정의 모습. 사진은 영화 스틸 컷. CJ ENM 제공

설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에서 ‘시니어 배우’가 주목받고 있다. 윤여정, 나문희, 김영옥 배우가 주연으로 나선 작품을 들고 관객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이 3명의 배우만으로 연기 경력만 도합 184년, 평균 60년이다. 한국 방송·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의 연기 향연을 볼 수 있어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

윤여정은 오는 2월 7일 개봉하는 영화 ‘도그데이즈’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한국 배우 최초로 그에게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2021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66년 TBC 공채 3기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무려 58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중간에 결혼생활 등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연예계 복귀 뒤엔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열일’을 계속해왔다. 대표작으로는 ‘화녀’(1971년) ‘충녀’(1972년) ‘바람난 가족’(2003년) ‘죽여주는 여자’(2016년) 등이 있다. 부일영화상에서 유일하게 신인상·조연상·주연상을 모두 거머쥔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제공

‘도그데이즈’에서 윤여정은 자신과 똑 닮은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로 나온다. 다른 작품들에서 노배우들은 주로 작품의 줄기를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윤여정은 이야기의 뿌리이자 중심 역할을 한다. 실제로 처음 시나리오상 배역 이름이 윤여정이란 실명으로 적혀 있을 정도로 그에게 맞춤 캐릭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여정은 이 작품에서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와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 노년 여성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이끈다. 무엇보다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주체적인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영화 ‘소풍’ 스틸 컷. 로케트필름 제공 영화 ‘소풍’ 스틸 컷. 로케트필름 제공

같은 날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 ‘소풍’도 주목할 만하다. 평생 친구인 ‘은심’과 ‘금순’ 역에 배우 나문희와 김영옥이 각각 나선 덕분에 그들의 관록 있는 연기를 만날 수 있다. 깊어진 주름만큼 쌓인 삶의 무게와 마음속에 남아 있는 젊은 날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1941년생인 나문희는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 출신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영화 ‘영어 완전 정복’(2003년) ‘너는 내 운명’(2005년) ‘수상한 그녀’(2014년) ‘아이 캔 스피크’(2017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1995년)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 등에서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선 친구 금순과 함께 열여섯 살의 추억이 담긴 남해로 여행을 떠나는 은심을 연기했다. 씁쓸한 현실을 맞이한 노년 여성을 호소력 있는 연기로 전달해 눈길을 끈다.


영화 ‘소풍’ 스틸 컷. 로케트필름 제공 영화 ‘소풍’ 스틸 컷. 로케트필름 제공

올해 여든일곱인 배우 김영옥도 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최근 출연작에서 주로 우리네 할머니의 푸근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작품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끈다. 1937년생인 김영옥은 성우로는 1959년 춘천방송국 공채로 데뷔한 뒤, 1961년 문화방송 1기 공채로 성우로 재입사해 활동을 했다. 윤여정이 최근 인터뷰에서 “영옥 언니가 오랫동안 연기 일을 하고 있어 내 롤모델”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김영옥은 오랜 시간 한국 드라마와 동고동락했다. 이번 작품에선 ‘금순’을 맡아 인생의 황혼기를 깊이 있는 연기로 전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묵직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배우들이 나선 ‘도그데이즈’와 ‘소풍’ 모두 이번 설 연휴 개봉작에 이름을 올린 점이 눈에 띈다. 매년 명절 연휴 기간에 주로 대형 상업 영화가 관객을 찾았던 것과는 다른 추세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개봉했던 다른 명절 연휴와는 달리 이번엔 잔잔한 감성을 전하는 작품이 관객 표심 잡기에 나선다”며 “치유와 힐링을 중심으로 내세워 남녀노소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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