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고드름 / 양광모(1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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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매달려 키우는 저것이

꿈이건 사랑이건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인데

물도 뜻을 품으면

날이 선다는 것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라는 것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하늘이라는 것

겨울에 태어나야

눈부신 생명도 있다는 것

거꾸로 피어나는 저것이

겨울꽃이라는 것

-시집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2021) 중에서

시의 본령은 우리의 굳어진 인식을 깨뜨리는 데에 있다.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라는 것’의 발상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세상천지는 일면적 인식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면서 우리의 영혼은 자유롭게 비상한다.

때문에 ‘겨울에 태어나야’, 그것도 ‘거꾸로 피어나’야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은 세계의 진실을 총체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고드름’에서 이와 같은 참신한 발견과 아름다운 의미 부여는 역설적 사유의 전형적 형식이다. 추락이 비상이나 성장일 수 있다는 인식은 현실적 삶의 고난이나 시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하늘은 큰일을 할 사람에게 시련을 내린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고드름의 정신’에 충만해 있을 것이다.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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