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수’ 거제시의회, 거가대교 통행료 할인 놓고 또 쪼개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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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준 국회의원 발표에 야당 발끈
민주당 시의원 “의회와 시 협업 산물”
“서 의원 성과 포장은 후안무치” 직격
국힘 시의원 “저급한 정치공세” 역공
‘민생 외면, 정쟁 매몰’ 시민사회 눈총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이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제목에 '12년째 제자리 걸음이던 거가대교 통행료 결국 인하해냈습니다'고 적었다. 동영상 캡처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이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제목에 '12년째 제자리 걸음이던 거가대교 통행료 결국 인하해냈습니다'고 적었다. 동영상 캡처

경남 거제시민 거가대교 평일 출퇴근시간 통행료 할인(부산일보 2023년 12월 26일 자 11면 등 보도)정책을 놓고 거제시의회가 둘로 쪼개졌다. 여당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공치사에 야당 시의원들이 발끈하자 여당 시의원들이 나서 갑론을박이다. 여야동수로 출발해 사사건건 부닥치더니 민생 현안마저 정쟁화하는 지역 정치권을 두고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단은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지난달 22일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서 의원은 “2월부터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거제시민 차량 통행료가 20% 할인될 예정”이라며 “그간 박완수 도지사, 박종우 시장을 비롯한 담당 관계자들과 긴밀한 논의로 통행료 할인을 추진하며 거제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후 각종 SNS와 현수막 등을 통해 할인 소식을 전하며 주요 치적 중 하나로 추켜세웠다.

그런데 지난 13일, 서 의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야당을 자극했다. 서 의원은 해당 영상에 ‘12년째 제자리 걸음이던 거가대교 통행료 결국 인하해 냈습니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일동은 입장문을 내고 “평일 통행료 할인은 시의회와 거제시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낸 협업의 산물”이라며 “시의원 16명 전체 공동발의로 지원 조례가 제정됐고, 전액 시비로 시행되는 사업이 어떻게 서일준 의원 성과라고 할 수 있겠나”고 반박했다.

이어 “도비와 국비가 단돈 1원이라도 포함됐다면 국회의원 성과라고 인정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도를 찾아가 관련 예산을 편성해달라 요구하고 실제 도비가 편성되면 그때 ‘내가 했노’라고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면서 “아무리 선거가 코앞이라지만 이를 자신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처사다. 더 이상 시민을 속이지 말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작년 12월 1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박종우 거제시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작년 12월 1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박종우 거제시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일보DB

야당의 날선 비판에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저급한 정치공세”라며 역공에 나섰다. 이들은 뒷날 발표한 성명에서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민주당의 거짓과 선동이 도를 넘었다”고 맞받았다. 특히 서 의원의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관련 활동상을 일일이 나열하며 “거제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일체 과거 정부를 탓하지 않고 지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평가했다.

야당이 문제삼은 도비 지원에 대해선 “진실을 외면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일축했다. 이미 집행부 보고를 통해 도비 간접지원 계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총선을 의식해 양심을 속여가며 억지 눈가림으로 현직 국회의원을 비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같은 지방의회 일원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금 거제시의회가 해야 할 일은 통행료 할인 대상자 확대, 할인 시간 연장 등 정당을 떠나 머리를 맞대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022년 7월 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손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회 선언 직후 집단 퇴장하면서 이후 의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022년 7월 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손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회 선언 직후 집단 퇴장하면서 이후 의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부산일보DB

제9대 거제시의회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야가 ‘8석 대 8석’ 동수를 이뤘다. 이 때문에 전·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놓고 개원 첫 날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원 구성에 합의하며 일단락 됐지만, 최근까지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며 파열음을 냈다.

정쟁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인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 현안에 대해선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선 안된다. 하물며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인데,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라며 “여야 모두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2월 1일부터 평일 출퇴근 시간(7~9시, 17~20시)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거제시민 차량은 통행료 20%를 되돌려 받는다. 시청 또는 관할 면·동주민센터를 통해 사전 신청하면 통행 정보 확인 후 개인 계좌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승용차 2000원, 5.5t 이하 화물차 3000원, 대형·특대형 화물차는 각각 4000원, 5000원이다.

시는 3월 말까지 신청 받아 시행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한 뒤 5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출퇴근 시간 거가대교 연간 통행량은 110만여 대로, 이 중 32만여 대가 수혜 대상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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