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떠나는 박기용 위원장 “한국 영화 살릴 골든 타임”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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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영화학과 교수로 복직
한국 영화산업 체질 개선 당부
“새 작품으로 부산 다시 찾고파”

영화진흥위원회 박기홍 위원장은 2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31일 퇴임했다. 영진위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박기홍 위원장은 2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31일 퇴임했다. 영진위 제공

2022년 부임한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영진위원장에서 다시 영화인으로 돌아가는 박 위원장은 “올해는 한국 영화를 살릴 중요한 시기”라며 “영화발전기금 재원 다각화를 포함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1월 취임한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은 2년간의 위원장 활동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임기를 마무리했다. 영진위는 다음 위원장이 호선될 때까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영진위를 떠나 영화인으로 돌아가는 박 위원장은 위기에 빠진 영화산업이 아직 재도약하지 못했는데 혼자만 빠져나가는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영화제 지원 예산, 지역 영화 문화 활성화 예산 등이 축소된 게 가장 뼈아픈 일이라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 극장가 불황 등이 겹쳐 영화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임 당시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 더 열심히 일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일부 사업이 없어지거나 예산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해 영화인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영화산업을 회복하기 위해 영진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체질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영화 제작비는 크게 오른 반면 수익 기대치는 줄어 신규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구조를 개편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최근 제작비가 많이 올랐고 영화가 개봉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어 영화계에서는 신규 투자를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영화 산업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객이 이제 극장을 찾는 대신 OTT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홀드백 문제를 포함해 변화된 환경에 맞는 획기적인 체질 개선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영화발전기금도 올해 최대 300억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 정도 규모는 한국영화진흥에 필요한 예산에는 많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화발전기금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도 박 위원장은 영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예산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취임 이후 영화발전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지난해 국고에서 8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차입했다. 올해 예산에는 사상 처음으로 체육기금 300억 원과 복권기금 54억 원을 영화발전기금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아시아 7개국 영화 기관 협의체인 AFAN(Asian Film Alliance Network) 출범과 ‘한국-프랑스 영화 아카데미’를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문예공로훈장’ 을 받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올해 착공을 앞둔 부산영화촬영소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부산이 진정한 영화도시가 되려면 아시아 영화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올해 영화아카데미도 시범사업으로 글로벌 과정을 시작하는데 영진위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협의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전 몸담고 있던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 교수로 복직하는 박 위원장은 그동안 영진위 활동 때문에 하지 못했던 작품 활동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3월부터 대학원에서 장편영화제작 수업을 진행해 멘토링 해야 하는 작품들이 몰려 있다. 지난 2년간 영진위 일을 하느라 나도 작품 활동을 못 했는데 이제는 다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새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면 기쁘게 다시 부산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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