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복귀 윤여정 “연기하는 일상, 얼마나 소중한지…”
오는 7일 영화 ‘도그데이즈’ 개봉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첫 작품
“연기엔 지름길 없어… 계속 노력”
“저는 이 자리에 쭉 있었어요. 아카데미상을 받은 뒤에도 달라진 건 없어요. 그냥 오래 연기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도그데이즈’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건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영원한 미완성의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윤여정은 오는 7일 개봉하는 이 작품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를 연기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작품 출연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친분이 있던 김덕민 감독의 입봉작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윤여정은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상을 받은 이후로 주인공 제안이 많이 들어와 한편으로 씁쓸했다”며 “김 감독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조감독 일을 할 때 인연을 맺었는데 나중에 그가 나를 필요로 하면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잖아요. 감독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김 감독은 인품이 좋아요. 현장에서 일도 효율적으로 잘하고요.”
윤여정은 이번 작품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영화는 개를 둘러싼 사람들의 따뜻한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윤여정은 “어후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한 뒤 “다 훈련된 강아지들이라고 했는데, 말을 못 알아들으니 연기를 같이 할 땐 괴로웠다”고 웃었다. 그는 “촬영장에서 어떤 강아지는 감독의 큐 사인까지 알아듣는 것 같다고 걱정 말라고 하던데 해보니 아니더라”고 털어놨다. “매 장면이 힘들었어요. 내가 쓰러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개가 내 얼굴을 밟고 뛰었죠. 그날 기온도 영하 15도인가 그랬거든요. 감독이 ‘선생님 오는 날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하길래 ‘내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가 보다’고 했어요.(웃음)”
6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해왔지만, 윤여정은 여전히 연기하는 순간이 소중하다. 아카데미상의 최초 기록과 부일영화상의 유일한 ‘트리플 크라운’(신인상·조연상·주연상)의 주인공이지만, 윤여정에겐 그저 ‘내 할 일’ 하니 따라온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윤여정은 “앞으로 흘러가는 대로 죽는 날까지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다”며 “그런 점에서 (배우)김영옥 언니가 내 롤모델”이라고 했다. 그는 “나보다 10살 많은데 지금까지 연기하는 게 대단하다고 느낀다”면서 “내 일상은 배우이고, 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연기에는 지름길이 없어요. 그래서 습관처럼 노력하면서 살았어요. 지금까지 살아보니 인생은 뜻대로 안 되고 계획해서 되는 일도 없더라고요. 흘러가는 대로 가보려고요.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우를 하다 세상을 떠나면 ‘제일 잘 살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