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위기, 스타트업 통한 혁신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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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속에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데, 지역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절반 이상의 지역이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 위험 단계로 심화해 경제 침체는 물론 지역 공동체와 고유의 문화까지 해체될 수 있는 위기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령인구 비중이 평균보다 높을 뿐 아니라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2년 21%에서 2050년에는 4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은 가장 많은 20대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대응해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지역균형발전, 저출산 극복, 청년세대 지원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존과는 다른 접근과 새로운 정책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의 위기는 국가 전체적으로는 혁신을 통한 성장으로 극복해야 하고, 수도권 집중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로 혁신의 온기가 퍼질 때 지역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혁신과 성장의 주역인 스타트업이 저성장과 지역소멸 문제의 해답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디지털경제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의 대다수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성장한 기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이 고용과 매출 측면에서 재계 1위 및 3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스타트업은 빠르고 유연한 비즈니스로 지역에 특화된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용이하고, 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입 효과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300여 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동남권협의회를 운영하며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와 연계해 ‘부산 슬러시드’를 개최하면서 지역 중심의 글로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바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지역에서 혁신인재를 양성하고 투자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지원을 한다면 대한민국 전체를 혁신 생태계로 조성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지역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혁신인재와 투자생태계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지역에서 혁신인재가 끊임없이 양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을 스타트업 육성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대학과 경쟁하는 인재양성 과정을 도입해 지역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지역에서 성장한 혁신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게 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수적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현재의 로컬펀드를 뛰어넘는 중앙정부 차원의 마중물도 필요하지만, 지역경제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준의 지역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투자는 고위험이지만 생태계 전체로 놓고 보면 평균 8% 수준의 고수익이 나는 영역이다. 지역의 기업과 주민까지 마음껏 스타트업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면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기댈 필요가 없다.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문화와 공간적 접근도 중요하다. 아울러 규제 문제를 빠르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스타트업 자치제도를 통해 재량권을 주어 지역별로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타트업 혁신으로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이 길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스타트업 혁신으로 부산과 전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정치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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