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불 사망자 100명 넘어서… ‘국가 애도의 날’ 선포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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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발파라이소에서 2일 발화
강한 바람 타고 민가·휴양지 덮쳐
경기도 수원시 면적 폐허로 돌변
현재까지 한인 피해 접수는 없어

4일(현지시간) 칠레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칠레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비냐델마르 등에서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로 폐허가 되어 버린 발파라이소 주의 민간인 거주구역.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칠레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칠레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비냐델마르 등에서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로 폐허가 되어 버린 발파라이소 주의 민간인 거주구역. EPA연합뉴스

남미 칠레 중부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생사 파악이 어려운 실종자 역시 100명이 넘어서면서 칠레 당국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실과 국가재난예방대응청에 따르면 중부 발파라이소 주에서는 지난 2일 오후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다.

불길은 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을 타고 민가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특히 주말이던 3일에는 최대 풍속 시속 60㎞까지 기록될 정도로 바람이 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칠레 산불로 폐허가 된 면적은 110㎢에 달한다. 경기 수원시 전체 면적에 맞먹는 규모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주택 3000∼6000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당국은 추산했다. 특히 빈민가가 몰린 난개발 지역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식적인 사망자 수치를 집계하는 정부 부처인 SML은 지금까지 접수된 사망자만 11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시시각각 바뀌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종자 수도 100명을 넘는 것으로 현지 매체는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마카레나 리파몬티 비냐델마르 시장은 “생사 확인이 어려운 사람의 숫자는 200여 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수치에 사망자도 일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칠레 당국은 가용할 수 있는 소방관과 군 장병을 동원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안간힘을 쓰지만 지난주 남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총력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2월의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세나프레드는 화염에 휩싸일 위험이 있는 30여 개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전날 내내 대피 알람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비냐델마르 등 4개 도시에는 이날 오후 6시부터 5일 오전 10시까지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칠레 당국은 여러 곳의 화재 가운데 비냐델마르의 라스타블라스 지역은 방화에 의한 재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파라이소 곳곳이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가운데 보리치 대통령은 전날 오후 대통령궁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칠레 한국대사관은 “지금까지 접수된 한인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대사관 측은 긴급 공지를 통해 진화 때까지 발파라이소 및 비냐델마르 지역 방문을 삼갈 것을 교민과 관광객에게 당부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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