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로 지역 소멸 극복… 일본 가미야마서 배우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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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문화도시센터·영도구청
4일간 도쿠시마현 현지 방문
참여형 모델로 인구 증가 사례
“주민 협력체계 구축이 관건”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마을이 주민 참여형 정책으로 학령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외지인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상담 등 각종 지원을 담당하는 가미야마 이주교류지원센터에 한 방문객이 들어가고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마을이 주민 참여형 정책으로 학령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외지인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상담 등 각종 지원을 담당하는 가미야마 이주교류지원센터에 한 방문객이 들어가고 있다.

“인구를 늘린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보다 마을을 젊게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주민 3000명 유지입니다.”

지난 1일 오전 10시께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마을. 이날 취재진과 만난 가미야마 연대공사 바바 타츠로 대표는 마을을 지속할 수 있는 기준으로 마을 주민 3000명을 제시했다. 3000명은 대중교통, 인터넷 등 마을 공공 인프라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한국보다 앞서서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맞닥뜨린 일본에서 가미야마 마을은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 맞춤형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도 지역 소멸 대책으로 주민 참여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영도문화도시센터, 영도구청 등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4일간 일본 가미야마 마을을 방문했다. 가미야마 마을 사례를 참고해서 부산에서도 가장 심각한 지역소멸을 겪는 영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가미야마 마을은 전체 면적이 173㎢로 부산 강서구(182㎢)보다 약간 작다. 전체 면적의 86%가 산림일 정도로 깊은 산골에 있다. 1950년대 2만 명이 넘었던 주민은 지난해 10월 기준 4817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마을 분위기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을의 미래를 책임질 학령인구(만 6~21세)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미야마 연대공사에 따르면, 2020년 학령인구는 283명이었다. 반면, 지난해는 306명으로 1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겹경사로 마을에 폐교가 아닌 개교 소식이 들렸다. 5년제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가 문을 연 것이다. 이 학교 정원은 200명으로 향후 학령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미야마 마을 체질이 개선된 것은 주민 주도 정책 덕분이다. 2015년 마을 미래와 직접적 연관 있는 49세 이하 주민 28명이 모여 ‘마을을 미래세대로 이어주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등 6개 분야별 대책을 세워 마을 지속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었다. 주민 3000명 선을 유지한다는 목표도 당시 논의에서 결정됐다.

특히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가미야마 연대공사도 이를 기점으로 탄생했다. 공공기관과 민간이 주도하는 마을 정책의 단점을 각각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가미야마 연대공사 바바 타츠로 대표는 “공공기관은 ‘공평’에 뿌리를 두기에 여러 정책에 예산을 나눠주기 식으로 배분할 수밖에 없다. 행정 절차도 복잡해 정책 시행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며 “반면 민간단체는 공공기관과 연계가 어렵고 경제 논리에 매몰돼 자칫 공익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별도 조직인 가미야마 연대공사가 출범하면서 가미야마 마을은 안정적으로 마을 살리기 정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이주 상담 등 외지인들이 손쉽게 가미야마 마을에 올 수 있도록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기도 용이했다. 마을 환경에 반한 벤처기업도 속속 이주했는데, 현재 20여 개 벤처기업이 가미야마 마을에 상주하고 있다.

가미야마 마을 사례를 본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주민 참여형 모델을 고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 도입 등 지역소멸 정책이 상향식으로 바뀌었지만, 이마저도 기초지자체 주도 아래 진행돼 주민 목소리는 소외되기 십상이다.

영도문화도시센터 고윤정 센터장은 “주민 참여, 호응이 떨어진 채 한 기관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지역소멸 대책은 헛발질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만 지역 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미야마(일본)/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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