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구 땐 데스매치… 부산 남구 두 현역은 이미 전쟁 중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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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미궁 속 합구설 솔솔
여도 야도 ‘1석 이상’ 가치로 인식
벌써 상대 지역 조직 관리설 파다
넘나들 때마다 번호도 떼고 운동
민원해결·컴백 내세우며 표 몰이

국회의 선거구 획정안 확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합구가 유력한 부산 남갑의 박수영(위쪽) 의원과 남을의 박재호 의원이 양쪽 지역구를 오가며 선거 유세에 한창이다. 각 후보 제공 국회의 선거구 획정안 확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합구가 유력한 부산 남갑의 박수영(위쪽) 의원과 남을의 박재호 의원이 양쪽 지역구를 오가며 선거 유세에 한창이다. 각 후보 제공

“그래서 선거구를 합친답니까, 안 합친답니까?”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논의는 여전히 답보 중이다. 그 탓에 부산 남구 국민의힘 초선 박수영(남갑)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재선 박재호(남을) 의원은 유세 때마다 이 질문을 지겹도록 듣는다.

당장 선거법 탓에 상대 선거구로 넘어가려면 옷을 갈아입고 명함도 바꿔 들어야 하는 두 사람이다. 출마 선거구 밖에서는 기호나 이름이 적힌 유세 복장을 착용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다. 박수영 의원은 “옷에서 번호를 떼야 하고 불편한 점은 있지만 어쨌든 인지도는 남구 전체를 상대로 올려둬야 해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재호 의원도 “빨리 결정하면 될 것을 이렇게 지연시키니 유권자만 답답하다”면서 “이 동네에서 선거 운동만 30년 넘게 해왔지만 선거법은 매번 까다롭다”고 쓴소리를 냈다.

여야의 복잡한 전국의 선거구 획정 셈법에도 남갑·을의 합구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합구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 데다, 각 당에서 현역 의원을 대체할 경쟁력 있는 후보도 없는 만큼 둘 중 한 사람은 금배지를 떼야 하는 ‘데스매치’가 확정적이다. 남구에서의 승패가 단순한 현역 1석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로, 합구가 되면 ‘전국구 선거구’로 떠올라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21대 총선에서 남구는 합구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선거구 조정을 단행했다. 남갑은 대연 1·3동을, 남을은 우암동과 감만동, 용당동을 각각 상대 선거구에 넘겨줬다.

선거구 조정으로 지난 21대 총선 성적표만 놓고보면 박수영 의원이 ‘남는 장사’를 했다. 남갑이 된 우암동과 감만동, 용당동에서 민주당 강준석 후보를 상대로 모두 53%가 넘는 고른 득표에 성공했다. 특히 우암동에서는 57.3%의 최고 득표율로 강 후보를 따돌리기도 했다. 반면, 박재호 의원은 남을로 넘겨받은 대연 1·3동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까지 역풍으로 작용하면서 큰 고생을 했다.

이들 두 현역 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합구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상대 선거구 안에서 조직을 풀가동하는 중이다. 박수영 의원은 4년째 매주 토요일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 행사를 개최하며 남을까지 폭넓게 공략하고 있다. 국민의힘 남을 당원협의회가 사고 지부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을 지역 당협까지 관리해 온 것도 전화위복이 됐다. 인지도를 높여 남구 전 선거구에서 고른 득표를 목표로 하는 박수영 의원 측은 “갑과 을을 가리지 않고 함께 관리해 온 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6개월 전부터 합구 소식이 돌면서 을 지역 주민도 행사에 참여해서 민원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데 이게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남을 박재호 의원은 반대로 국회의원 당선의 발판이 됐던 우암동과 감만동, 용당동에서 “박재호가 돌아왔다”며 집중적으로 공을 들인다.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20년 넘게 환경 개선 사업을 하며 애정을 쏟은 표밭이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이언주 후보를 따돌리느라 애를 먹었던 것도 이들 지역이 남갑으로 넘어간 게 컸다는 분석이다. 이들 지역은 남구 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주택가가 많고, 토박이 유권자 비중이 높다. 박재호 의원이 과연 ‘옛 유권자’의 마음을 얼마나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이번 남구 선거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의원 측은 “이 동네는 이미 우리 의원의 진심을 겪어본 지역이어서 한 차례 선거구가 바뀌긴 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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