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위성정당'에 '꼼수 총선' 우려… 선거제 개선 '공염불'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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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소수 정당에 의석 할당 취지
양당 위성정당 창당 역효과
병립형 회귀 요구 국힘 맹공
"국민, 이 대표 눈치 봐야 하나”
군소정당 등 이합집산 본격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목을 만지며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목을 만지며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야권 통합 비례정당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4년 전 ‘꼼수 위성정당’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및 비례성 확대 명분으로 21대 총선에서 첫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 의석수를 독식하면서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이후 여야 공히 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특히 이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며 현실론을 내세웠지만, 결국 대선 공약까지 깨면서 정치적 잇속을 챙긴 것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리자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준연동형 유지 및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을 밝혔다. 사실 이 대표의 이날 준연동형 유지 결정은 의외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병립형 회귀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거대 양당 탈당파들이 주도하는 ‘제3지대’의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려면 병립형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고, 이 대표도 비슷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립형 회귀에 대해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지속됐고, 특히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가세한 것이 이 대표의 입장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양산 사저를 찾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과 조금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다 한데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야권 연합을 위한 준연동형 유지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총선 공천을 두고 친명(친이재명)-친문 간 계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를 통해 ‘통합’ 시그널을 주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가 위성정당인 야권 통합 비례정당 추진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4년 전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던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고스란히 재연되게 됐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을 채우지 못할 경우 부족한 의석의 50%를 비례대표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소수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좀 더 할당하자는 취지다. 4년 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가 급한 민주당이 정의당 등 친민주당 성향의 소수 정당과 연합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논의에서 배제한 채 밀어붙였지만, 정작 거대 양당 모두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오히려 소수 정당 의석이 더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간 병립형 회귀를 요구해 온 국민의힘은 맹공을 퍼부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왜 5000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제2의 윤미향’ ‘제2의 김의겸’ ‘제2의 최강욱’ 등의 향수를 벗어나지 못해 이렇게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어가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계속 병립형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현행 유지를 천명한 만큼 이를 뒤집긴 어려울 전망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원내 군소정당들과 제3지대 신당들은 준연동형 비례제에 따라 의석수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이합집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정권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야권 통합 비례정당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역시 준연동형 유지에 대비해 위성정당 명칭을 ‘국민의미래’로 정하고 지난달 31일 온라인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친 상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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