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 ‘해바라기’ 병진이형, 주연으로 금의환향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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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부산 영화 ‘장인과 사위’
치매 걸린 장인 돌보는 사위 역
시나리오·제작비 등 직접 해결
오는 15일 전국 동시 극장 개봉

영화 ‘장인과 사위’ 스틸컷. 지브라더스컴퍼니 제공 영화 ‘장인과 사위’ 스틸컷. 지브라더스컴퍼니 제공

“병진이 형은 나가 있어.” (영화 ‘해바라기’ 중 주인공 태식의 유명한 대사)

2006년 개봉한 강석범 감독의 영화 ‘해바라기’에서 김병진 역을 맡아 이름을 알린 지대한 배우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부산 출신 배우가 부산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장인과 사위’는 오는 15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자신의 딸뻘인 영화 감독에게 연기 문제로 매일 꾸지람을 듣는 무명 배우가 있다. 배우는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는 듯 고개를 떨군 채 연신 미안해한다. 배우의 장인어른은 풀이 죽은 그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다 가만히 어깨를 토닥인다. 엄청난 비밀을 들킨 듯 멋쩍어하던 배우의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번진다.

부산 출신 지대한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장인과 사위’는 30년째 무명인 영화배우 ‘진기’가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을 돌보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다. 박진기와 동고동락하는 ‘장인’ 역은 연기경력만 51년 차인 베테랑 배우 동방우가 맡았다. 그룹 노라조의 멤버였던 배우 이혁은 음반 제작을 꿈꾸는 삼류가수 ‘도필’ 역을 맡았고, 영화 ‘해바라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병옥 배우도 출연했다.

영화 ‘장인과 사위’는 지난 30년간 100편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활약 중인 지 배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 배우와 함께 추억을 공유한 그의 장인어른은 10년 전 치매로 세상을 떠났다. 지 배우는 3년간 장인어른을 간호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제작했다. 6~7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에는 지인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화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김치 싸대기부터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치매에 걸린 장인과 함께 지내는 사위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낸 코미디 영화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뭉클하게 전달된다.

지 배우는 “장인이 돌아가시기 전 고향인 삼천포에 가고 싶어 하셨는데 그때는 상황이 어려워 장인을 모시고 가지 못했다. 함께 삼천포에 못간 게 마음에 걸렸고 그 시절 행복한 기억이 떠올라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며 “장인을 직접 곁에서 살펴보니 치매에 걸려서 조금 어려진 것뿐이지 전혀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평소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만 다뤄지는 치매라는 소재로 장인과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지 배우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에서 제작된 이번 작품에서는 부산역, 해운대를 포함한 부산 곳곳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지 배우는 영화 제작을 위해 수영구 광안리에 제작사 ‘지브라더스컴퍼니’를 만들었다. 또 그가 실제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투자를 받는 과정이 영화 장면으로 만들어지는 등 그의 삶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

그는 “영화 장면 중에 해운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투자를 요청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 친구가 너 자꾸 이러면 우정에 금 간다는 이야기를 해 그 말을 대사로 사용했다”며 “실제로 이번 작품을 만들려고 부산해사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이나 군대 동기에게 연락해 투자를 요청했는데 이런 모습들이 영화 속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화 ‘장인과 사위’는 오는 15일 극장 개봉을 앞둔 상태다. 지 배우는 나고 자란 부산에서 만든 이번 작품을 많은 관객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시민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지 배우는 “영화의 도시인 부산에서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게 꿈”이라며 “부산을 넘어 수도권에서도 상영관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금씩만 애정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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