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뛰노는 남강에 악취 부유물 ‘둥둥’…턴오버 현상에 수질 초비상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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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부터 암갈색 부유물 대거 발견
녹조 뭉쳐진 혐오스런 모습에 악취까지
큰 기온차 탓 하천 역전 현상 발생 추정

평소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진주시 남강에 6일 오후부터 암갈색 부유물들이 잔뜩 떠올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현우 기자 평소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진주시 남강에 6일 오후부터 암갈색 부유물들이 잔뜩 떠올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현우 기자

평소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경남 진주시 남강에 정체불명의 부유물이 잔뜩 떠올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혐오스러운 모습에 역한 냄새까지 풍겨 산책에 나선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에 따르면 경남 진주시 장대동 남강둔치에 암갈색 부유물들이 발견된 건 6일 오후부터다. 상류 쪽에서 하나 둘 떠내려 오기 시작했고 물 흐름이 약해지는 장대동 부근에서 쌓이기 시작했다. 남강 가장자리를 길게 두른 부유물 더미는 진주교에서 호텔 동방까지 약 500m 정도 길게 늘어져 있다.

강 가까이 가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다. 마치 녹조가 굳게 뭉쳐진 모습의 부유물 덩어리 수백~수천 개가 강 표면을 가득 채웠다. 보기에도 혐오스럽지만 악취까지 난다.

마치 녹조가 굳게 뭉쳐진 모습의 부유물 덩어리가 강 표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현우 기자 마치 녹조가 굳게 뭉쳐진 모습의 부유물 덩어리가 강 표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현우 기자

부유물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 10년 동안에는 거의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하천 역전 현상, 이른바 턴오버 현상이 꼽힌다.

최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 이달 초부터 비가 많이 오면서 기온차가 크게 벌어졌다. 표층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면, 심층수 온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짐으로써 표층수와 심층수의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강 바닥에 있던 침전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인데, 결국 물 흐름이 없는 곳으로 밀려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겨울철은 수량이 낮아 물이 고이고 유속도 느리다. 이 때문에 강 바닥에 침전물이 쌓이기 쉽다. 특히 부유물 발생 지역 근처에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수중보도 만들어져 있어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구 온난화 영향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발생 원인이 급격한 온도차인데다 불과 10년 전부터 비슷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질 전공 교수는 “겨울철이라 수심도 낮고 근처에 있는 수중보 탓에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강 밑에 침전물들이 쌓이는데 이게 최근 날씨 탓에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강 가장자리를 길게 두른 부유물 더미는 진주교에서 호텔 동방까지 약 500m 정도 길게 늘어져 있다. 김현우 기자 남강 가장자리를 길게 두른 부유물 더미는 진주교에서 호텔 동방까지 약 500m 정도 길게 늘어져 있다. 김현우 기자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남강의 수질은 ‘약간 좋음’ 단계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인, 질소 등이 적절히 유지돼 1년 대부분 ‘좋음’ 단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평소 남강에는 흰수마자 등 2급수 이상 깨끗한 곳에서 사는 물고기는 물론 재첩도 서식하고 있다. 여기에 수달도 자주 목격된다. 흔히 ‘1급수에서만 논다’고 알려진 수달은 하천 환경의 건강도를 평가하는 지표종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대규모 부유물이 발생하고 악취까지 뿜어내자 ‘서부경남 식수원’인 남강의 오염 여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은 “바람 쐴 겸 운동도 할 겸 강변에 나왔는데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오물인 줄 알았다. 뭔가 싶어서 가까이 가서 봤는데 너무 불결해서 바로 멀찍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처음보는 현상이다. 보기에도 안 좋고 역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이대로 물이 흘러가지 않으면 이렇게 썩는 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수질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며 우려했다.

부유물들이 나뭇가지와 바위 등에 걸려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현우 기자 부유물들이 나뭇가지와 바위 등에 걸려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히 대책도 없다.

인위적으로 강 유량을 높일 수 없는 데다 과정이 복잡해 당장 준설도 힘들다. 강 아래 침전물이 워낙 많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어렵다. 결국 중간중간 하천에 떠 있는 부유물을 걷어내는 것만이 현재로선 최선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추가 피해 우려는 덜하다는 점이다. 겨울철 하천에는 여름철 대비 용존산소량(DO)이 비교적 높아 물고기 폐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했다. 유속이 느린 데다 기온차가 심해지면서 퇴적물들이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청소선을 운행해서 최대한 빨리 청소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로선 정확한 원인 파악이나 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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