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비트코인 ETF 승인은 블록체인 변화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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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합한 것
연금에서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모든 상품에 적용될 수 있게 돼
주식처럼 거래소서 매수 가능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 자본 유입
블록체인 기술 전반에 관심 높아져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작년 말부터 SEC의 승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으며 새해 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승인이 있기 전날 SEC의 SNS 계정이 해킹돼 승인되었다는 뉴스가 삽시간에 퍼져 전 세계를 열광시킬 정도로 국내외 투자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승인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거대 투자사들은 비트코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고객에게는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인은 단순히 비트코인 ETF라는 하나의 상품에 그 파급 효과가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 ETF가 투자상품으로 승인되면서 이제 연금에서부터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투자에 적용될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SEC의 승인은 블록체인 업계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념비적인 결정이 됐다.

그런데 사실 ETF라는 상품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결정의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을지 모른다. ETF란 ‘Exchange Traded Fund’의 줄임말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펀드’라는 뜻인데,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장점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장점을 합한 것이다. ETF에 투자한 투자자는 직접 매수하지 않고도 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주식처럼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따라 수익을 거둔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금과 비교적 변동성이 큰 상품을 모두 포함해 ETF 하나를 구성할 수도 있고,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과 은행의 주식을 혼합해 ETF를 구성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 ETF의 출시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에도 거래할 수 있던 비트코인을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사실에 왜 그리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먼저 투자자들이 ‘월렛’이라는 디지털 자산용 지갑을 따로 준비해 관리하거나, 가상자산 거래소에 별도로 가입하는 등의 번거로움과 불편을 걱정할 필요 없이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각국의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엔 막대한 자금이 유입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거나 시장 상황이 보다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면서 블록체인 기술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블록체인 업계와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이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같이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만드는 투자사들은 이를 매수해 보관해야 하는데, 당장 그런 보관 기능을 담당하는 인프라 서비스인 커스터디(Custody)에 기술과 자본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 커스터디 서비스는 우리 정부도 추진하는 토큰 증권에도 적용돼 점차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전개가 비트코인 ETF 승인의 파급 효과라 할 수 있다.

반면, 탈중앙화를 외치며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기치로 시작된 비트코인,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이 ETF 승인을 시작으로 기존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은 사실상 블록체인 본연의 모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모델이 금융시장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하나가 되는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ETF 승인은 우리가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미래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기존 기득권과 마찰이 있었다. 산업혁명 당시 자동차의 출현으로 마부의 생계가 위협받자 ‘적기 조례’로 대응했던 사례를 기억해 보자. 현재의 주식시장은 17세기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래소에서 시작되었고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시세 조작이 여전히 존재하고, 금융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수익성만 쫓아 가입하는 불완전 판매 사례도 계속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주식이나 투자 상품을 투기나 사기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설령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기술 혁신에 따른 커다란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여러 가지 변화와 전환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유가 필요하다. 이번 SEC의 결정은 블록체인과 관련한 변화의 서막이 될 것이다. 진지한 관심으로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기대와 응원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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