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공원 없애 축구 전용구장”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논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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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100억 들여 지은 공원에
38층 아파트 지어 사업비 충당
부산시 계획에 인근 주민 반발
시 “원도심 살릴 고민 담긴 사업”
주민 “시·구청 독단적 개발 추진”

2019년 부산 서구 구덕야구장을 철거하고 조성한 체육공원이 4년만에 아파트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덕야구장 자리에 들어선 체육공원과 구덕운동장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2019년 부산 서구 구덕야구장을 철거하고 조성한 체육공원이 4년만에 아파트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덕야구장 자리에 들어선 체육공원과 구덕운동장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서부산권 ‘15분 도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사업’(이하 구덕운동장 재개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시는 부산 유일의 축구 전용경기장을 필두로 한 체육·문화·상업시설로 복합개발하고 일부 부지에 아파트를 비롯한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해 사업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개발 때문에 2019년 조성된 구덕체육공원이 철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 반발도 나온다.

7일 부산시와 서구청에 따르면, 시는 구덕운동장 일대 부지 6만 6142㎡(약 2만 평)를 재개발해 체육·문화·상업시설로 복합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 주경기장을 축구 전용경기장으로 건립하고, 주변에 아파트를 비롯해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해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서부산권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시는 축구 전용구장을 조성해 인근 인프라와 연계한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고, 체육·문화·상업시설 등 앵커시설을 유치해 활기를 잃어가는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공모사업에 신청해 지난해 말 예비후보지로 선정됐다. 예비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시는 국비 25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정책설명회를 열고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에 따르면 축구 전용경기장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3215억 원에 달한다. 시는 현재 가용 예산으로는 이 같은 전체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시는 구덕체육공원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를 개발해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시는 구덕생활체육공원 3만 5643㎡(약 1만 800평) 공간을 허물고 38층 3개 동 총 530세대 아파트와 상가로 복합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인구 유출과 지방 소멸로 점점 도시 경쟁력을 잃어가는 원도심을 방치한다면, 결국 낙후된 슬럼가로 전락해 부산의 경쟁력까지 약화될 것”이라며 “시의 깊은 고민이 담긴 사업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향후 주민 의견, 의회 의견 청취 등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변 주민을 중심으로 반발도 나온다. 특히 2019년 3월 조성, 주민 운동시설이자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구덕체육공원 철거 사실에 반발이 거세다. 서구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휴식공간인 체육공원을 빼앗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올린다는 건 말도 안된다. 시와 구청이 주민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서구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덕운동장 재개발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1022명 중 86%가 반대 의사를 보였다.

구덕운동장 인근에서 30년을 거주한 한 주민은 “시는 100억이 넘는 돈을 들여서 체육공원을 조성하더니, 고작 몇 년 이용하게 해 놓고 하루아침에 다시 허문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주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구덕사거리 교차로 바로 옆에 38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뜬금없이 솟아 있는 모습은 흉물스러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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