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악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면…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 한숙현
우주 자체도 음악적인 구성
강아지는 레게 음악 좋아해
역사부터 지금 트렌드까지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표지.
이 책을 읽다 말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한 선배를 떠올렸다. 선배는 그날의 신문을 만드는 일이 끝나면 후배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러 가길 즐겼다. 특이한 점은 1차, 2차를 거쳐 마지막 순번으로 꼭 음악감상실에 가는 것이었다. 어느날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음악을 모르면 인생의 큰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자꾸 생각이 났다.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는 그 선배가 했던 말과 완전히 같은 뜻이어서 반가우면서도 조금 놀랐다.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사실 우주 자체도 음악적으로 이뤄져 있다. 원자핵은 현악기의 배음(倍音) 같은 역할을 하고, 전자는 상음(上音) 역할을 하면서 주파수나 에너지를 만들어 내니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전쟁 중에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하며 휴전하기도 했고, 에스토니아처럼 국민 전체의 합창으로 러시아 침공을 멈추게 한 사례도 있다. 지금도 전쟁을 음악으로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는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음악을 사용했다. 다가오는 선거철에는 또 얼마나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 댈까.
음악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클래식을 들을 때면 좀 유식하고 돈도 있는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매장에서 구입한 와인 가격이 팝송이 나오는 매장에서 구입한 것보다 3배 이상 비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눈 깜짝할 새 연말연시가 지나가고 벚꽃 피는 계절을 기다리는 요즈음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벚꽃엔딩’으로 연 10억 원, 머라이어 캐리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700억 원에 달한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음악에 관심이 생겼으나 아직 음악을 잘 모르거나, 특정 분야의 음악만 편식하는 사람이 음악에 대한 역사부터 지금의 트렌드까지 섭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케이팝이 어떤 정치적 성명보다 훨씬 강한 한반도의 주요 무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요즘 가수들은 너도나도 해외 진출을 꿈꾸는 것일까. 일본의 음악 시장은 한국보다 20배 이상 크며 미국 시장과는 100배 차이가 난다니 그럴 만하겠다. ‘풍류대장’이라는 멋진 국악 프로가 있었고, 강아지는 레게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도 자신이 살던 시대가 고전 시대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도 당시에는 현대음악을 창조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은 길이가 길고 상당히 깊은 사고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인생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인내심도 키워주는 장르다. 오래전 그 선배도 너무 일찍 헤어지지만 않았다면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더 해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 전공자인 저자의 다양한 음악 관련 경험이 이 책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음악교육 단체들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주요 과목 위주로 편성돼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필수적인 음악 교과가 무시되고 있다며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지금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음악·미술·체육을 ‘즐거운 생활’ 교과를 통해 통합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도 ‘모든 국민은 음악을 배울 권리가 있다’는 헌법 조항까지 만들었다. 음악은 조기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케이팝의 나라에서 음악이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곤란하겠다. 책에서 소개한 좋은 클래식 유튜브는 메모하고 자주 들을 생각이다. 유튜브를 볼 때도 무조건 결과와 핵심만을 전하고 전달받는 태도를 경계하라는 충고도 새겨들을 작정이다.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을 위해서다. 음악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한숙현 지음/리음북스/348쪽/1만 8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