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사제지간 “책으로 인생이 달라지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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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이국환 교수 ‘오전을…’
튀르키예·베트남서 번역 출간
독서 커뮤니티 운영 김성환 씨
한국출판학회 올해의 책 선정

동아대 이국환 교수(왼쪽)와 김성환 씨가 각자가 쓴 책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대 이국환 교수(왼쪽)와 김성환 씨가 각자가 쓴 책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에서 독서 모임 커뮤니티를 운영해 온 김성환 씨가 쓴 <독서의 온도 모임의 체온>(산지니)이 한국출판학회 2023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김 씨는 동아대에서 독서 관련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다. 김 씨는 자신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독서교육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은사인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이국환 교수와의 만남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동아대 대학원에 독서교육 전공을 만들어 독서교육을 알리고 있다. 마침 이 교수가 쓴 2020년 원북원부산 도서인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산지니)가 최근 튀르키예와 베트남에서 번역 출간이 확정됐다고 한다. 6일 나란히 독서교육의 길을 걷는 사제간을 만나 읽기와 쓰기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을 이 교수에게 묻고 김 씨와 같이 들었다.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데 독서교육이 왜 필요한가.

“글을 읽을 때 독해한다고 표현하는데, 독해 앞에 먼저 일어나는 행위가 해독(解讀)이다. 암호 해독한다고 할 때 쓰는 단어다. 독서는 쉬운 게 아닌데 사람들이 쉽다고 생각한다. 독서가 어렵기에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초중고생 독서율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그렇게 뒤처지지 않지만, 성인 독서율은 최하위다. 성인 나이에 맞는 책을 읽을 만한 문해력이 없어서 그렇다. 책이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것이라고 느끼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독서교육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진다.”

-유튜브나 OTT에 동영상이 넘쳐 나는 시대인데 그래도 책을 읽어야 하나.

“영상을 책과 비교하면 정보량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 <부산일보> 하루치 기사를 영상으로 만든다면 일 년은 걸릴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강화한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책을 병행하는 ‘양손잡이 읽기’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순서인데 책 읽기를 먼저 하고 그런 다음에 디지털 매체를 접하게 해야 한다. 비교·분석·추론 같은 고등 사고 능력은 문자 언어를 통해 발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읽는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영상 위주로 보게 되면 어떻게 되나.

“지금 우리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게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타인을 비방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해서 편을 가르게 된다. 공감 능력에 가장 중요한 게 상상력이다. 진짜 공감은 내가 잘 사는데도 어려운 사람들을 공감하고, 내가 건강한데도 아픈 사람을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영상 매체는 보이는 대로 받아들여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다. 문자 언어는 다르다. 책을 통해서 상상하면서 어떤 것들을 그려 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교육의 근간은 독서교육이 되어야 한다.”

-많이 읽으면 잘 쓰게 된다고 배웠다. 읽기는 쓰기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독서교육에서 읽기만 하고 쓰기는 하지 않는 것은 말하기만 하고 듣지 않는 것과 똑같다. 말하기와 듣기처럼 읽기와 쓰기도 한 몸이다. 읽은 자가 쓰고, 그걸 또 누군가가 읽고, 읽었기 때문에 쓴다. 이게 선순환을 이루면서 인류의 역사를 이루어 왔다. 늑대 소년을 문명 세계에 데려다 놓으면 일 년이면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듣고 말하는 건 배운다.하지만 읽기와 쓰기는 10년이 지나도 누가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읽기와 쓰기는 훈련되어야 한다.”

-SNS를 통해 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글쓰기를 통한 소통 능력이 중요하지만 읽기 능력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상대가 글을 올리면 그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 다음에 댓글을 달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SNS에 올리는 글이 정제되어 있지 않고 읽는 사람도 오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리안 울프는 ‘독서의 위기가 곧 민주주의 위기’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독서를 하지 않아서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세대를 형성한다면 그게 민주주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국에는 ‘리딩 프렌즈’라는 프로그램하에 노인을 위한 독서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영국에서도 노인들은 외롭고 사람들과 서로 교류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국가에서 책을 매개로 노인들의 모임을 주선하는 것이다. 은퇴한 분들이 모여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더니 외로움을 많이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이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아무리 흔들려도 맨 밑에 단단한 무게 중심이 있는 오뚝이는 제자리를 찾는다. 학생들은 무게 중심의 본질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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