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받은 도움 돌려주려고"… 부산 곳곳 설 온기 더한 익명 기부
지원 대상자가 기부자로
남산동에 쌀과 라면 기탁
설 연휴를 앞둔 지난 6일 익명의 남성이 금정구 남산동 행정복지센터에 쌀 10kg 30포와 라면 20박스를 기탁했다. 금정구청 제공
부산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2년 전 도움을 받았던 남성이 이제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쌀과 라면 등을 기부해 설 연휴 온기를 더했다. 이밖에도 부산 곳곳 이름 없는 기부 천사들의 작은 선행이 이어지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없이 따뜻한 명절을 선물했다.
12일 부산 금정구청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6일 익명을 요구한 남성 A 씨가 남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적은 금액이나마 기부하고 싶다는 A 씨에게 성품 기탁 방법을 안내했다. 곧장 행정복지센터에 A 씨의 이름으로 택배가 도착했다. 107만 7000원 상당의 쌀 10kg 30포와 라면 20박스였다. 이는 남산동 관내 취약계층과 저소득 가구에 전달됐다.
A 씨는 약 2년 전인 2022년 5월 남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이를 토대로 어려움을 해결하고 형편도 나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힘들 때 남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은혜를 갚고자 한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웃분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기탁서를 작성하며 A 씨에게 이름과 직업, 거주지라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A 씨는 “선행은 조용히 하고싶다”며 신원을 밝히기를 끝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처럼 지원 대상자에서 기탁자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게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설명이다. 남산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의 지원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는 것만으로도 복지 담당자로서 보람찬 일인데, 잊지 않고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A 씨의 따뜻한 표정과 진심 어린 목소리에 소소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곳곳에서 설 연휴 전후 익명의 기부가 이어지며 서로 정을 나누는 설에도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됐다. 북구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5일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238만 5000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기부자는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말과 함께 성금이 담긴 봉투 3개를 건네고 곧바로 돌아갔다.
사상구 덕포2동 행정복지센터도 지난 5일 익명으로 백미를 기탁받았다. 익명의 독지가는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 전달해 달라며 매해 명절마다 택배로 10kg 백미 20포를 기탁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