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설득 실패한 공정위 플랫폼법, 용두사미로 끝나나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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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법 제정 위한 여당 의원입법
국회 우려·업계 반발에 막혀 급제동
입법 신속성·실효성 모두 '흔들'
공정위 “최선의 대안 고민해볼 것"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정부안 발표를 앞두고 최근 돌연 '법안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한 가운데, 그 배경에는 국회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모색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해 온 플랫폼법 입법은 국회의 우려와 업계의 반발 등으로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9일 ‘플랫폼법 제정’을 공식 발표한지 약 두 달 만에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업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국회와 미국상공회의소 등의 우려 표명이 이어지자 결국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이번 제21대 국회 회기 내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공정위는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플랫폼법 입법 관련 협의를 모두 마쳤다. 플랫폼법 집행에서 부처별 권한과 책임을 조율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지만, ‘지배적 기업을 사전지정’하는 방식에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부처 간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법안 세부 내용을 확정해 이달 중 정부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순항하는 듯 싶었던 플랫폼법은 국회에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당초 공정위는 신속한 법 시행을 위해 여당 의원입법 형식으로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영향분석과 법제처 심사 등 정부 입법에서 필요 사전 검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의원입법을 통해 최대한 빨리 법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플랫폼법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어렵지 않게 여권의 협조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은 공정위의 플랫폼법 발의 요청에 난색을 보였다. 법 제정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와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보수 여당이 기업 규제 성격이 있는 법안 발의에 앞장서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취지였다. 야당 역시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간 갑을 관계 규율 내용이 빠진 정부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정위는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특히 당초 플랫폼법의 핵심이었던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계획했던 '입법 스케줄'이 틀어지면서 공정위는 법 제정의 신속성과 실효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칠 위기에 놓였다. 실제 입법과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설령 대안을 찾는다해도 현실적으로는 알맹이가 없는 '힘 빠진 규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겠다’는 공정위의 입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정위는 그동안 독과점 구조가 빠르게 굳어지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사건 처리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공정위가 플랫폼법의 핵심인 ‘사전지정 제도 폐기’ 가능성까지 열어둔데 대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입법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백지화 가능성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플랫폼법 입법 계획 발표 이후 학계와 업계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선의 대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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