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이달 중 ‘배상 여부’ 결정될 듯…“불완전 판매 vs 투자자 책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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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규모 5000억 돌파
전체 손실액 7조 원 안팎 우려
금융당국, 검사 속도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흐름과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벌서 5000억 원을 넘어섰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은행 등 판매 금융기관에 배상안을 요구하는 투자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르면 이달 중 배상 범위나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모두 9733억 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이중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4512억 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6%(손실액 5221억 원/원금 9733억 원)에 이른다.


H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 수준이다. 9일 현재 H지수(5,306) 역시 2021년 당시 고점(약 1만 2000)의 절반을 밑돌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전체 15조 4000억 원, 상반기에만 10조 2000억 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 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커지는 손실액에 금융당국은 홍콩 ELS 판매 과정을 들여다보고 나섰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설 연휴 전 검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유형화 및 체계화하고 이후 이달 마지막 주까지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거나 추가 검사에서 문제점을 발굴해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법적 책임이 가려진 상태가 아니지만, 은행권은 결국 금융당국이 사실상 ‘배상안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 전후 제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국은 지난해 말 이후 주요 금융사를 상대로 현장 검사를 통해 ESL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살펴왔다. 금감원 검사국뿐 아니라 분쟁조정국 관계자들이 은행 판매 직원, 실제 가입 고객을 상대로 두루 판매 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 당국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불완전 판매 여부를 판단하고 배상 기준을 제시할 때 불완전 판매 유형을 크게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 권유로 분류했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사가 파악한 투자자 특성(투자목적·재산상태·투자경험 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의무 또는 부적합한 투자 권유 금지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 규정은 금융사가 투자자의 거래목적, 금융상품 이해도, 재산 상황, 투자성 상품 취득·처분 경험, 연령 등을 기준으로 투자 적합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예컨대 노후 대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은퇴자에게 ELS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파생금융상품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등을 금융사가 권유했다면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이 당국 기준안 전후로 내놓을 '자율 배상안'과 향후 배상 과정에서 ELS 판매 과정상 적합성 위반을 당국이나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많이 인정할지는 불확실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표준영업행위 준칙 등을 적용해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가입상품 위험등급을 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매뉴얼에 따라 소득·연령대·직업·가입 경험·손실 감내 수준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져 취합된 점수에 따라 공격적 투자 성향으로 분류된 투자자만을 가입시킨 만큼 대부분 ‘적합성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아직 기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은행이 자율 배상안을 먼저 내놓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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