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 은퇴설…안재홍의 연기엔 특별한 게 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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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NS’ 임박사무엘 역으로 ‘복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생활연기’
부산 출신 배우… 데뷔 15년 맞아

배우 안재홍이 티빙 ‘LTNS’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티빙 제공 배우 안재홍이 티빙 ‘LTNS’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티빙 제공

배우 안재홍의 연기는 사계절을 닮았다. 푸릇푸릇한 청춘의 얼굴(‘리바운드’)을 그리다가 강렬한 열기(‘마스크걸’)를 뿜어내고, 오색 담긴 무르익은 모습(‘멜로가 체질’)이다가 얼음 아래 휘몰아치는 마음(‘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을 펼쳐낸다. 티빙에서 공개한 ‘LTNS’ 속 모습도 흥미롭다.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고, 평범한 듯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안재홍은 “‘마스크걸’에 이어 또 한 번 은퇴작이 아니냐는 반응을 봤는데 복귀작”이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었다.

안재홍은 이 작품에서 결혼 7년 차 남편 ‘임박사무엘’을 연기했다. 아내 우진과 함께 불륜 커플을 추적해 돈벌이로 이용하다 우여곡절을 겪는 인물이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혼자 감정을 삭이고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정돈하지만, 종종 의외의 행동과 말을 한다. 안재홍은 “양파 같은 캐릭터”라며 “설렘의 감정부터 광기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에서도 못 봤던 새로운 이야기였다”면서 “결혼은 미지의 영역이라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말했다. “부부의 대화가 마치 펜싱 시합 같았어요. 말 속에 칼을 쥐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 마디에도 여러 겹의 의미가 내포된 것 같았고요. 아직까진 결혼을 계속 미지의 세계로 두고 싶어요.”

작품 속 안재홍은 뛰고 구르고 헤엄치는 등 시종일관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액션신을 계속 찍듯이 촬영했다”면서 “오토바이 추격신도 있고 차량 추격신도 있었다”고 웃었다. 안재홍은 “미행, 잠입, 수영, 등산까지 다양한 액션을 해야 하는 작품이었다”면서 “우진을 연기한 이솜 배우와 액션과 리액션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한 가정의 거실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시청자들이 깔깔대며 웃다가도 어느 순간 ‘내 얘기 같은데?’라는 생각이 훅 들게끔 감흥을 주고 싶었어요. 그게 블랙코미디가 주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잖아요.”


티빙 ‘LTNS’ 스틸컷. 티빙 제공 티빙 ‘LTNS’ 스틸컷. 티빙 제공
배우 안재홍이 티빙 ‘LTNS’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티빙 제공 배우 안재홍이 티빙 ‘LTNS’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티빙 제공

안재홍의 장기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생활연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부터 영화 ‘족구왕’의 홍만섭,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김주만, ‘멜로가 체질’의 손범수를 넘어 ‘마스크걸’의 주오남 등 그가 맡은 캐릭터는 꼭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평범하지 않고 이질적인 인물도 그가 옷을 입으면 생명력을 갖고 살아 숨 쉰다. 자칫하면 과하거나 부족해 보이기 마련인데 그의 연기는 그렇지 않다. 안재홍은 “작품 안에 온전하게 존재하고 싶다”며 “작품이 가진 매력을 좀 더 생생하고 생기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안재홍은 대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건국대 영화학과에 진학하면서 연기에 꿈을 품었다. 2009년 영화 ‘구경’으로 충무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해로 데뷔 15년을 맞았다. 차기작은 류승룡과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닭강정’이다. 안재홍은 “장편 첫 주연작이 ‘1999, 면회’인데 그 작품을 처음 볼 때의 벅찬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앞으로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날지 저도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건 참 운명 같아요. 연기할 때 짜릿한 순간들이 있는데 그 감정들이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소중한 순간들이 저의 연기 생활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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