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시합 전날 멱살 잡고 주먹질… 요르단전 ‘예고된 참패’ (종합)
이강인과 몸싸움 손흥민 ‘탈구’
해외파·국내파 갈등 ‘사분오열’
클린스만, 선수 관리에도 허점
지난 7일(한국시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손흥민(왼쪽)이 이강인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한국시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이 허탈한 뒷모습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준결승 전날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망) 등 선수들 사이에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더선은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다툼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졌다. 밥을 일찍 먹은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하려고 자리를 떴고, 주장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면서 다툼이 시작됐다는 게 더선의 설명이다.
더선 등에 따르면 이날 이강인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어린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친 뒤 탁구를 치러 갔다.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 늦게 저녁을 먹는 와중에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주장 손흥민이 이들을 제지하다 격분해 이강인의 멱살을 잡는 상황까지 갔다. 이에 이강인이 주먹질로 맞대응했고,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사건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고, 손가락을 다친 손흥민은 오른쪽 중지와 검지에 테이핑을 한 채 다음 날 요르단전에 출전했다.
선수단의 갈등 속에 킥오프된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은 90분 내내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 결국 한국은 0-2로 충격패를 당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물론 결승 진출에도 실패했다.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한 굴욕적인 경기였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내 갈등은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뿐만 아니라 나이대 별로,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서도 감지됐다. 훈련장에서 그룹을 지어 훈련할 때 선수들은 비슷한 나이대끼리 무리를 지어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강인·설영우·정우영·오현규(셀틱)·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어린 선수들, 손흥민·김진수(전북)·김영권(울산)·이재성(마인츠) 등 고참급 선수들, 그리고 황희찬(울버햄프턴)·황인범(즈베즈다)·김민재(뮌헨) 등 1996년생 중심의 그룹끼리 어울려 공을 주고받았다. 조별리그 1차전 대비 훈련부터 마지막 요르단전 훈련 때까지, 각 그룹의 면면에 변화가 없었다.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격한 몸싸움을 하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공을 강하게 차며 불만을 표출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아시안컵에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마친 뒤에는 손흥민·김민재·황희찬·이강인 등 유럽파 선수들이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해 귀국하기도 했다. 원정 일정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한국에 일찍 돌아가기 위해 ‘개인행동’을 한 셈이다.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의 허락이 있었지만, 국내파 선수들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한 행동이다.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사분오열’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 부재’는 물론 선수단 관리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사퇴 또는 경질 여론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클린스만호의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정몽규 회장 등 축구협회 집행부는 전력강화위의 평가를 참고해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7일(한국시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