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만 원 초과 지원금 제외
LFP 배터리 장착모델 불이익
'ID.4' '폴스타2' 가격 줄인하
테슬라 등 대응책 없어 난감

환경부가 최근 ‘2024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전기차 판매법인들이 가격을 내리거나 고객 프로모션 지원책을 내놓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위)와 폭스바겐의 ‘ID.4’. KG모빌리티·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환경부가 최근 ‘2024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보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모델을 보유한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보조금 지원을 받는 가격 기준안이 기존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일부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보조금 인하가 예상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장착 업체들이나 주행거리가 짧은 업체들은 단기간 대응이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보조금 지급 기준 차값을 낮추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속도가 빠른 전기차에 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에 따라 보조금에 차이를 뒀다. 이에 보조금 100%를 받으려면 전기차 가격이 5500만 원(기존 5700만 원) 미만이어야 하며, 8500만 원을 초과하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중대형 차량은 올해부터는 500km를 넘겨야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으며, 주행거리 400km 미만 차량에 대한 지원은 대폭 축소된다. 충전 속도가 빠른 차량 구매시 최대 30만 원의 혜택(인센티브)을 받고, 차량정보수집장치(OBDⅡ) 탑재 차량 구매시 배터리안전보조금(20만 원)도 지급받을 수 있다.

재활용가치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더 받고,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폭스바겐코리아와 폴스타코리아는 곧바로 자사의 일부 전기차 모델 가격을 내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5690만 원이던 ‘ID.4’의 저가 트림 ‘프로 라이트’를 5490만 원으로, 폴스타코리아는 5590만 원인 ‘폴스타2’의 기본가를 5490만 원으로 각각 인하했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인 ‘토레스 EVX’가 중국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고, 향후 출시할 전기차도 LFP 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LFP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인증 시간 소요와 원가 인상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토레스 EVX는 중형이지만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433km로 이 부분도 약점이다.

KG모빌리티 측은 “이번 정부 발표로 보조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장 배터리 교체보다는 고객 지원 프로그램 마련에 고심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나 증가했다. 중국 CATL사의 LFP 배터리 탑재로 가격을 5690만 원으로 2000만 원 낮춘 덕분인데, 올해부터 보조금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테슬라 전기차에는 OBDⅡ가 장착되지 않아 배터리안전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달 열린 환경부와 자동차업계간 비공개 간담회에서 각종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대응책에 대해 테슬라코리아 측은 “현재로선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15일까지 자동차 업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조금 산정을 위한 증빙서류를 받는다. 최종적으로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체별로 가격을 인하해 제출하면 최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늘어날 전망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