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혼란에 존재감 약화까지… 수장 공백 티 나는 한국거래소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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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명 평직원만 먼저 인사 단행
바뀔 팀장·부서장 밑에서 업무
증시 부양 방향성 제시도 부족
"시스템으로 업무 진행중" 해명

한국거래소가 팀장급 이상의 인사 지연으로 조직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DB 한국거래소가 팀장급 이상의 인사 지연으로 조직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DB

15일 신임 이사장 취임을 앞둔 한국거래소의 팀장, 부장 관리자급 200여 명의 인사가 수개월째 미뤄지면서 조직이 공회전하고 있다. 신임 이사장에게 인사권을 주겠다는 관례에 따른 것이지만 평직원 인사는 먼저 진행되는 등 내부 혼란이 더해져 거래소가 사실상 ‘개점휴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달 12일 자로 서울 부산 교류 인사 26명을 포함해 평직원 117명에 대한 인사를 진행했다. 부서장 45명, 팀장 138명에 대한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소는 내부적으로 지난해 12월 직원 인사 평정을 마쳤으나 이사장 교체 이후로 관리자급 직원 인사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부산, 서울 인사 교류 등 지역 발령을 고려해 평직원 인사를 1월 중 진행해달라는 노조의 요청에 따라 평직원만 인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기 인사에서 평직원 직원만 인사가 이뤄지는 ‘기형적 인사’가 진행되면서 내부적으로 업무 효율성 저하, 조직 결속력 약화가 표면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이미 인사 평정이 끝난 상황에서 평직원은 ‘인사 발령이 곧 날 부장이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부장, 팀장은 조직 정비가 안된 상황에서 업무 동력이 생기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조직 내에서 관리자급 인사와 평직원 인사를 동시에 진행하거나 따로 인사를 할 경우 인사 시기 간극을 줄여 조직 혼란을 줄이는 것과는 배치된 인사 방식이다. 부산 문현금융단지 내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인사를 단행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수장 교체와 함께 내부적으로 조직이 안정화되지 못하면서 주요 현안에 거래소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주도로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지만, 거래소가 증시 부양의 주요 기관임에도 이렇다 할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금융위원회를 필두로 한 금융당국이 정책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대급 IPO 상장이 예고돼 있고 일부 기업은 상장 예심을 청구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혼란으로 거래소의 주요 업무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신임 이사장이 조직을 파악하고 인사를 하려면 다음 달은 돼야 관리자급 인사가 가능하지 않겠나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정은보 신임 이사장이 금융감독원장 시절 관리자급 인사를 대대적으로 하면서 조직을 장악했던 것에 비춰 보면 조직 정비는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직 안팎에서는 15일 취임하는 정은보 신임 이사장의 당면 업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같은 증시 부양과 함께 조직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 금융감독원장 시절 임원급 인사 전원 사표를 수리하고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한 전례가 있는 점에서 정 이사장 취임 이후에도 인사를 둔 내부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5년 전에도 조직 개편에 따라 평직원 인사가 먼저 진행된 전례가 있고 시스템적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기에 인사 지연에 따른 업무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14일 3년 2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손병두 이사장은 이임식에서 “스마트워크 등 변해가는 모습이 만족스럽고, 코스피 3000포인트, ETF100조 원,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돌파 등 위기 속에 저력을 체감했다”고 임기중 소회를 밝혔다. 또한 “데이터 혁신과 소통의 문화는 계속 지켜나가길 바란다“며 ”지난 3년간 함께한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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