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기업 롤모델 통영관광개발공사, 최악 적자에 초비상
해외여행 선호에 작년 14억 적자
통영 관광객 60만 명 감소 직격탄
“비상경영 8개월에 리스크 제로화
마케팅 강화해 통영관광 재도약”
경남 통영 관광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히는 통영케이블카.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케이블카 내 새로운 볼거리와 단체고객 유치 등을 통해 지역 방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부산일보DB
경남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올해 흑자 전환에 사활을 건다. 지난해 비상경영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관광객 급감으로 주요 수익시설 실적이 크게 악화한 데다 모노레일 악재까지 겹치면서 설립 이후 최대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공사에 따르면 2023년 영업실적 추정 집계 결과, 14억 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지 꼬박 1년 만이다. 소모성 경비를 최소화하고 임원 관사까지 매각하는 고강도 자구노력으로 손실 폭을 크게 줄이며 안간힘을 썼지만 대외 여건 악화와 돌발 악재까지 극복하진 못했다.
공사는 2007년 통영시가 현금과 현물 179억 9100만 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이후 2019년까지 13년 연속 흑자를 냈다. 이는 전국 지방 공기업을 통틀어 유일한 성적표다. 비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통영케이블카 덕분이었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케이블카는 매년 탑승객 100만 명 이상을 유치하며 통영시에 한 해 30억 원 안팎 배당까지 안겼다.
그런데 이 과정에 통영시로부터 스포츠파크, 수영장, 수산과학관 등 만성 적자 시설을 떠안으며 부담이 커졌다. 그나마 케이블카로 손실을 메우며 겨우 흑자를 유지했지만 인근 지역에 경쟁 시설이 속속 개통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찮게 됐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에 믿었던 케이블카마저 무너졌다. 그해 누적 탑승객 90만여 명에서 이듬해 43만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2021년 42만 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1년 뒤 56만여 명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43만여 명으로 주저앉았다. ‘포스트 케이블카’로 선보인 어드벤처타워, 모노레일, 디피랑 등 대체 시설도 기대만큼의 반향을 끌어내진 못했다. ‘삼도수군통제영 실감 콘텐츠 체험존(통영 VR존)’은 이용자가 없어 적자만 쌓이자 아예 문을 닫았다.
결국 2020년 수익 82억 9600만 원에 지출 96억 8200만 원, 당기순손실 13억 8600만 원으로 설립 후 첫 적자를 냈다. 이어 2021년도 8억 1100만 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2022년 2억 8386만 원 수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상 회복으로 해외여행이 늘고 국내여행은 되레 감소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해 통영을 찾은 관광객은 420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60만 명 이상 줄었다. 대표 명소인 동피랑 유입 인원도 92만 명에 그쳤다. 1년 전 121만 명과 비교하면 30만 명가량 쪼그라든 수치다. 2020년 개장해 코로나 사태에도 나름 선전했던 디피랑 역시, 18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떨어졌다.
다급해진 공사는 작년 7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시설 임원 관사 매각, 주요 시설 요금 인상, 인력 운영 효율화, 경상경비 절감, 행사성 경비 최소화, 유휴자금 운용 등을 통해 적자 폭을 9억 원 상당 줄였다. 여기에 17억 원 상당의 부가세 환급분까지 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량 탈선 사고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욕지섬 관광모노레일을 전면 재시공하기로 하면서 예상치 못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한 탓이다. 기존 시설 철거 시 감정평가를 거쳐 손실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40억 원 상당이다.
67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모노레일 재시공 비용은 시 지원과 공사 재원으로 충당한 뒤 손실보상을 통해 보전할 계획이다. 공사는 앞서 모노레일 시공사와 설계사 3곳을 상대로 77억 원 규모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비에 3년째 영업을 못한데 따른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에 모든 손실을 반영하면서 부담스러운 경영 리스크를 모두 털어냈다는 점이다. 공사를 이를 토대로 2024년 경영목표로 ‘흑자 전환’을 선언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돌입한다. 공사 김용우 사장은 “모노레일 손배소 결과와 관계없이 올해 흑자 달성에 필요한 발판을 놓을 수 있게 됐다”면서 “올해 전사적 비용 절감과 꾸준한 수익 증대 활동으로 흑자를 내도록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당분간 케이블카 내 새로운 볼거리, 교육청 연계 단체고객 유치,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고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도 개발해 통영관광이 재도약하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