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사상역에 10여 차례 ‘분뇨 테러’… 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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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승객 폭행했던 20대
경찰 신고에 보복성 범행 추정
역무안전실 직원들 피해 호소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 역무안전실에 분뇨 테러한 모습.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 역무안전실에 분뇨 테러한 모습.

부산도시철도 역무안전실에 1년 동안 상습적으로 ‘분뇨 테러’를 저지른 남성이 경찰에 고발당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 남성이 개인적인 앙심으로 분뇨를 뿌리고 도망간 것으로 추정한다.

14일 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한 남성이 지난달 26일과 이달 9일 2차례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 역무안전실에 분뇨 테러를 저질렀다. 이 남성은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긴 분뇨를 뿌리고 도망간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공사는 2022년 10월 사상역에서 여성 승객을 폭행했던 20대 남성 A 씨를 범인으로 추정한다. 당시 A 씨는 여성의 배를 폭행해 역무원들에 의해 경찰에 인계됐다.

A 씨의 분뇨 테러와 괴롭힘은 경찰 신고 이후 ‘보복성’으로 시작됐다. A 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10회가 넘도록 역무안전실에 구토를 하고 도망가거나 분뇨를 투척했다. 역무안전실을 방문하지 않는 날에는 전화로 욕설을 하며 역무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분뇨 테러가 불규칙적으로 지속되자 역무원들은 지난해 11월, 역무안전실에 구토 후 도망가는 A 씨를 제지한 후 경찰에 인계했다. A 씨는 직원을 폭행으로 고발했다. 교통공사 측은 A 씨의 보호자와 분뇨 테러 등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하고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최근에 분뇨 테러가 다시 이어지면서 역무원들은 극심한 신체·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공사는 역무원 보호를 위해 지난 13일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직원 보호와 승객들 안전을 위해 경찰에 고발했다”며 “응급 입원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지자체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지하철노조가 2022년 조합원 808명을 대상으로 ‘대면서비스 노동자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격 무시, 업무방해, 폭언 등 감정노동 피해를 한 달에 1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조합원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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