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전격 수교…외교지평 한단계 확대됐다
국무회의 수교안건 의결도 극비리에 진행
대통령실 "북한 정치적·심리적 타격 불가피"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과 쿠바가 14일 전격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해 우리나라의 외교적 지평이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나라의 수교 협상은 극도의 보안 아래 이뤄졌다. 정부가 쿠바와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논의 진전 상황은 극비리에 부쳐졌다. 북한과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쿠바 측이 한국과의 수교 협의가 공개되는 데 매우 민감한 입장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바와 북한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한계가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국은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당국 간 접촉·교류를 이어오며 수교 협의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쿠바와 수교 안건’을 극비리에 상정해 통과시켰다고 한다.
한국에게 쿠바와의 관계 개선 추진은 길게는 2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숙원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등 특히 공을 들였지만 수교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쿠바와의 관계개선 드라이브를 한층 강화하면서 다시 논의에 동력이 붙었다. 특히 한국과 쿠바가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회의 계기마다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고위·실무급 접촉이 이어지며 몇 차례의 중요한 모멘텀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양국 인사가 나란히 참석해 결정적인 모멘텀을 마련했다. 당시 한국 측은 물밑 접촉에서 영사관계 수립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교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쿠바의 폭우 피해 발생 등 인도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제공한 것도 이번 수교가 성사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가 한류라든가 여러가지 여건상 한국에 대해 긍정적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었다”면서 “북한으로서는 이번 수교로 인해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