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역무원, 폭력·폭언 무방비 노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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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역 ‘분뇨 테러’ 계기
안전 대책 필요성 제기
폭행만 연 30여 건 발생

부산교통공사 사옥 건물. 부산일보DB 부산교통공사 사옥 건물. 부산일보DB

부산도시철도 역무원들이 ‘분뇨 테러’를 포함해 각종 폭행과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부산일보 15일 자 10면 보도)된 것으로 드러났다. 역무원들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부산도시철도 역무원이 승객들에게 당한 폭행 건수가 총 31건이었다고 15일 밝혔다. 2021년 33건, 2022년 39건으로 매년 30건 이상 폭행에 노출된 셈이다. 역무원 대상 폭언이나 갑질 등을 집계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승객과 가장 밀접한 역무원들에게 폭행과 폭언이 이어져도 안전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역무안전실은 민원 업무를 하다 보니 누구나 출입이 자유롭다. 민원인이 순간적으로 폭력을 휘둘러도 역무원들 제지가 어려워 무방비로 당하기 쉽다.

특히 역무안전실의 경우 출입문이 하나인 곳이 많아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대피도 어렵다.

역무원들에게는 각종 폭행과 폭언에 맞설 권한도 부족하다. 사법권이 없어 승객을 강제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에 지하철 보안관이 있어도 법적인 제재는 불가능해 안전요원 역할 정도에 그칠 뿐이다. 훈계 조치나 경찰 신고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다.

부산교통공사 등에서 적극적인 보호와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정작 책임자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에서 분뇨 테러를 저지른 남성은 1년 동안 10여 차례 넘도록 역무원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행사했다.

역무안전실 안에서 구토를 했고, 욕설이나 폭력도 반복했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교통공사 온라인 게시판에는 “상습적으로 (분뇨) 테러를 하는데 부산교통공사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느냐”는 글도 올라왔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이동익 역무지부장은 “플라스틱 페트병에 분뇨를 담아 뿌려서 망정이지 불이라도 질렀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역무원과 민원인 사이 안전거리를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향후 역무안전실을 리모델링할 때 대피할 수 있는 출입문을 추가로 만드는 등 종합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4일 사상역 역무안전실 입구에 호출 벨을 부착하고 내부에는 안전선을 설치하는 등 급하게 추가 안전 조치를 완료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역무원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고, 문제가 되지 않게 대처를 하면서 증거를 모아 경찰에 고발했다"며 "역무원들에게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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