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백색, 세상은 그만큼 다채롭다
여성 작가 100명 현대작가전
타워아트갤러리 22회째 개최
한국화·민화 등 다양한 전시
김춘옥 작가의 ‘자연-관계성’. 타워아트갤러리 제공
‘백인백색(百人百色)’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특색이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부산 연제구 타워아트갤러리가 열고 있는 여성 작가 100명이 참여한 타워현대여성작가전에서 백인백색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말이 100명이지 전국의 여성 작가 100명을 모은다는 게 예삿일이 아님은 누구나 짐작이 가능하다. 2001년에 시작해 올해로 22회째. 그동안 전국에서 활동하는 원로, 중진, 중견, 신진 등 2000명이 넘는 여성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다.
타워아트갤러리는 1984년 중구 동광동 타워호텔에서 문을 열었다. 그동안 한국화를 반드시 포함시키면서 서예, 문인화, 서양화, 조각, 공예, 민화 등 다양한 전시를 열어 왔다. 타워아트갤러리 김영태 관장은 “이 정도 규모의 여성작가전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국화, 민화, 서양화, 수채화, 조각, 디자인, 도예 등 각 분야에서 명성 있는 100인의 여성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김재춘 작가의 ‘트리플러스와 매’. 타워아트갤러리 제공
김춘옥 작가는 단체전 950여 회, 개인전 63회, 국제전 40여 회를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현재 한국화진흥회 이사장인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연잎과 연꽃이 화면에 은은하게 펼쳐지는 ‘자연-관계성’이라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잎과 연꽃이 만져질 듯 입체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한지를 여러 겹 붙이고 그 위에 먹을 칠한 뒤 뜯어내며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재춘 작가는 ‘트리플러스와 매’라는 민화를 선보이고 있다. 민화연구소까지 만들어 20여 년간 민화 분야를 묵묵히 개척해 온 내공이 엿보인다. 김 작가는 약사와 작가라는 이중생활(?)을 해 오면서, 보건학 박사와 문화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기늠 작가의 조각 작품 ‘기다림’은 동서양의 종교가 교차되는 느낌이 든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면서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15년간 지중해와 알프스산을 벗 삼아 작품 활동을 해 온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알려진 서양순 작가의 작품 ‘장미 가족’도 만날 수 있다. 백인백색, 세상은 그만큼 다채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번 전시는 29일까지 이어진다.
한기늠 작가의 조각 작품 ‘기다림’. 타워아트갤러리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