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위해… 부산의 중견 화가 5명 뭉쳤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M543 갤러리서 25일까지 '五行 : 벗과 함께 걷다' 전
강동석·김종구·성현섭·이인철·정희욱 공동 전시회
갤러리 관장인 부산 1세대 서양화가 양철모와의 인연

부산의 중견 작가 5명이 선배 작가가 오픈한 갤러리에서 뭉쳤다. 부산 북구 만덕동 M543 갤러리에서는 부산 중견 작가 5명의 ‘五行 : 벗과 함께 걷다’ 전이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강동석, 김종구, 성현섭, 이인철, 정희욱이 전시회의 주인공들이다.


M543 갤러리에 전시된 강동석 작가의 작품들. M543 갤러리 제공 M543 갤러리에 전시된 강동석 작가의 작품들. M543 갤러리 제공

강동석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독특한 표정이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표현한다. 지난해 제19회 송혜수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혜수 미술상은 부산 화단 1세대 서양화가인 고 송혜수 화백을 기념하는 상으로, 평면·입체 분야에서 2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김종구 작가는 밥과 토끼를 나무에 배치시켜 인간의 무모한 자연 파괴를 꼬집는다. 여기서 밥은 말그대로 인간의 밥벌이를 의미하고 토끼는 인간에 희생되는 순한 동물을 상징한다. 성현섭 작가는 점으로 표현하는 공간 속에 유독 사람과 고양이를 많이 등장시켰다. 이인철 작가의 작품들은 치유 여행을 떠올리게 하고, 40년 넘게 인간 두상에 집착하는 정희욱 작가의 작품들은 오히려 생각을 멈추는 것에 집중했다.


성현섭 작가의 ‘CAT이오사이’(2023). M543 갤러리 제공 성현섭 작가의 ‘CAT이오사이’(2023). M543 갤러리 제공

이인철 작가의 ‘노리가는길’(2023). M543 갤러리 제공 이인철 작가의 ‘노리가는길’(2023). M543 갤러리 제공
정희욱 작가의 ‘관찰자의시선’(2023). M543 갤러리 제공 정희욱 작가의 ‘관찰자의시선’(2023). M543 갤러리 제공

이들이 함께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는 선배인 부산 1세대 원로 서양화가 양철모 작가 때문이다. 양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M543 갤러리의 관장이기도 하다. 양 작가는 1967년 ‘습지전’, 1968년 ‘이후작가전’, 1974~1989년 ‘군록전’, 1982~1991년 ‘남부전’ 등 부산 지역 작가 동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작가는 또한 동주여상, 진주교대 조교수, 부산교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교육 활동에도 열중했다.

양 작가는 부산교대 교수를 퇴임하고 만덕동 금정산 자락에서 텃밭을 가꾸다 그냥 그 텃밭 자리에 갤러리를 지었단다. “아들이 이곳에서 갤러리 겸 카페를 하자며 제안을 해왔습니다. 처음엔 잠시 망설였지만, 어지간한 갤러리가 해운대 등 동부산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북구에도 이런 공간 하나쯤 늘어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아들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갤러리는 지난해 12월에 문을 열었다. 카페와 갤러리를 섞어놓은 문화공간의 형태로, 누구나 가볍게 방문해 커피와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정식 명칭도 ‘M543 Cafe. Gallery’다. 오픈과 함께 양 작가 본인의 개인전을 가졌다. 당신의 작품을 건 그때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이 첫 전시회다. 양 작가도 “예의상 제 작품으로 먼저 인사를 드렸지만, 사실상 이번이 개관 기념전”이라고 설명했다.

카페에선 지역 음악인들이나 음악 동호인들의 연주회도 열린다.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양 작가의 아들 양희준 대표는 “부산에서 어렵고 힘들게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대중과의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자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다”며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추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543 갤러리 벽에 이인철 작가의 작품들(왼쪽 처음부터 네 번째까지)과 성현섭 작가의 작품(왼쪽 다섯 번째, 여섯 번째)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 정희욱 작가의 작품이 놓여있다. M543 갤러리 제공 M543 갤러리 벽에 이인철 작가의 작품들(왼쪽 처음부터 네 번째까지)과 성현섭 작가의 작품(왼쪽 다섯 번째, 여섯 번째)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 정희욱 작가의 작품이 놓여있다. M543 갤러리 제공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