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5개의 전쟁, 한국 해양산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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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우크라이나·팔 전쟁 에너지와 연관
에너지 문제, 종교·정치 갈등 부채질
온실가스 규제로 환경 전쟁 심화 양상
첨단과학기술로 미래 전쟁 승자 돼야

세계는 지금 5개 전쟁이 진행 중이다. 두 개는 소리 나는 전쟁이며 또 다른 세 개는 소리 없는 전쟁이다. 두 개의 소리 나는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각각 벌어지고 있다. 세 개의 소리 없는 전쟁은 에너지 전쟁과 환경 전쟁(일명 환경규제 선점 전쟁), 첨단과학기술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내막은 에너지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의 많은 가스관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한다. 세계 인구는 지속 증가세이며, 사회 발달과 함께 에너지 수요 증가는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세계의 물가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는 대응책을 쏟아낸다.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관에 대한 통관세 증액을 러시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배경으로부터의 전쟁이라기보다 현실적으로는 에너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가자지구 전쟁도 에너지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적, 종교적인 갈등에만 국한하여 보기보다는 에너지 자원에 관한 이익과 권력을 둘러싼 경제적 갈등의 결정체로 볼 수 있다. 사용 석유 전량을 수입하는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의 갈등과 분쟁에 따른 유가 불안이 자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에 항상 민감하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 확보 문제가 고질적인 종교적·정치적 갈등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역시 지역경제 성장과 생존을 위해서는 이스라엘로부터의 에너지 자원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뼛속 깊이 새겨두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도 에너지 자원 확보 문제가 내적으로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국민의 경제 활성화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소리 없는 환경 전쟁은 에너지 전쟁과 대척 관계에 있다. 에너지를 쓸수록 환경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는 이미 80억 명을 넘었다. 지구 스스로 환경 복구가 가능한 최적의 수용 인구는 30억~40억 명이라고 한다. 초과 절반가량의 인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고스란히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2100년이 되면 지구촌 인구가 100억 명이 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그래서인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라는 목표를 설정한 이후 세계 각국은 그야말로 환경 전쟁에 뛰어들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더 쓸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경규제 강화냐 완화냐에 대한 치열한 싸움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에너지 소비 증대에 따른 온난화 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고, 선진국에서는 온난화에 따른 혹독한 기상이변이 자국의 경제 기반을 흔드는 관계로 선진국 중심의 환경규제를 후진국에 들이대니 그야말로 에너지 전쟁과 환경 전쟁이 동시에 전개되는 셈이다.

이러한 전쟁에서 우리나라 해양산업 또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7월 선박으로부터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100% 감축하기로 잠정 합의하였다. 이로써 약 3만 척에 달하는 5000 톤급 이상의 디젤연료 추진 선박은 모두 퇴출되고, LNG연료 추진 선박도 2050년까지 모두 퇴출되는 신세로 전락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제시되는 선박환경규제의 대부분은 선진국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진국 카르텔이 제시하고 있는 규제를 따라가기만 하는 형국이다.

우리는 세계 3대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선진국 카르텔이 정하는 환경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하청업체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도, 동남권에 해운과 조선, 항만과 물류, 조선기자재, 선박관리, 수리조선 등의 연관 산업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골고루 형성되어 있다. 해양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15% 이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그리고 환경 전쟁은 에너지 전쟁에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에너지 전쟁에서의 승자가 독식하게 되는 구조이다. 에너지 전쟁에서의 승자는 에너지 소비와 오염 배출이 적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자다. 결국은 친환경이면서 에너지 효율이 좋은 제품을 내놓아야 생존자가 되는 것이다. 에너지 전쟁에서의 승자로 남기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 전쟁에서의 승자로 남아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해양산업에서의 승자로 남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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