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에 1조 원 날렸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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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투자한 자산 평가 수익률 -10%
금융그룹 실적에도 악재 영향
금감원, 집중 모니터링 착수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은행장 간담회에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은행장 간담회에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침체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나오는 가운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금융그룹의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 ‘이자 장사’로 번 돈을 해외에서 전부 까먹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총 49조 1994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모두 782건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다.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조 3868억 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이 6조 245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KB금융 5조 6533억 원, 신한금융 3조 9990억 원, 농협금융 2조 3496억 원, 우리금융 2조 1391억 원 등이었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 4446억 원의 원금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 3444억 원으로, 이미 투입한 원금보다 1조 1002억 원이 줄어든 상태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이다. 이런 투자 실패는 금융그룹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대 가장 빠른 하락 속도를 보인다”며 “올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세부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면 전문성을 의심케 한다. 원금을 전부 까먹은 것으로 평가되는 처참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이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 872만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 7000만 원으로 줄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같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동시에 크게 ‘물린’ 사례도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인데 하나손해보험은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 2242만 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농협생명보험도 같은 시기 571억 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이 0원이었다.

KB증권은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 6800만 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 7500만 원에 그쳤다. 평가 수익률을 따지면 -94.02%에 불과하다.

5대 금융그룹 측에서는 현재까지는 해외 부동산 관련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긴장 속에 해외 부동산 관련 개별 대출·투자 건에 대해 정밀 실사를 서두르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역시 5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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