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서 지워진 아이… ‘학폭’ 관련성 경찰 내사 착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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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부산 한 초등생
학교폭력 호소 극단적 선택
교사 휴직, 관련 학생은 전학
진상 규명 안 돼 유족 조사 촉구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부산의 한 초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학교폭력과의 연관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고 숨진 초등학생은 다른 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했지만, 해당 학생들은 사건 직후 전학을 가버려 학교로서는 조사가 쉽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경찰에 넘겨졌다.

18일 부산 A초등학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산 A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B 양이 학교폭력 등을 호소,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 초기에는 B 양이 우울증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B 양 유족은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 등을 근거로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학교에 B 양의 학교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사건 직후 B 양의 담임 선생님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2개월간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조사 대상 학생들도 전학을 갔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전학을 가라고 이야기했으나, 이미 전입신고가 완료된 상태라 강제로 전학을 막을 순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학교는 학교폭력 의심 사고 발생 시 할 수 있는 조치를 매뉴얼에 맞게 다 취했다”고 밝혔다.

동래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유보 상태다. 동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B 양 측과 조사 대상 학생 측의 이야기가 달라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보 결정을 내렸다”며 “이후 심의위가 재개최되면 전학 간 학생에 대해서도 타 교육지원청과 공동 심의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가 늦어지는 사이 B 양 동급생들은 졸업을 맞이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이대로 사건이 잊혀서는 안 된다’며 졸업식에서 B 양에 대한 추모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 양의 사진도 졸업앨범에서 지워졌다.

학교 측은 “B 양이 사망으로 제적된 상태라 규정상 어쩔 수 없었으며 B 양의 어머니에겐 B 양 사진이 담긴 졸업앨범을 전달했다”며 “추모 공간은 남아 있는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B 양 어머니는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학교 앞에서 B 양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동급생 학부모 C 씨는 “B 양 사건 이후 학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고 생각한다”며 “남아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사건을 알리고 '관계적 폭력' 등 다양한 학교폭력 양상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계적 폭력이란 흔히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이뤄지는, 무리에서 따돌리고 무시하는 방식의 폭력을 말한다.

전문가 역시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생명의전화 문갑수 실장은 “사건을 쉬쉬하는 것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함께 가지며 떠난 아이를 잘 보내주는 과정을 거쳐야 떠난 학생의 명예를 회복하고, 남아있는 학생들도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학교폭력 의심 사건 자체는 아직 정식 수사 단계가 아니고 내사 단계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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