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덕·러 강성 기조… 수렁에 빠진 EU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우크라이나·러시아전 2년

우크라 8만·러 6만 각각 전사
기반시설 등 물적 피해 200조
출구 전략 없어 종전 희망 희미

지난달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의 한 주거용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키이우와 하르키우, 파블로흐라드 등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의 한 주거용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키이우와 하르키우, 파블로흐라드 등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오는 24일 개전 2주년을 맞는다. 종전에 대한 희망이 옅어져 가는 가운데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밝히고 나섰고, 러시아 역시 강성 기조를 꺾지 않으면서 전세계가 전쟁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9일 현재 전세는 러시아가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호언장담한 대반격이 실패로 돌아간 탓이다. 도리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를 완전 장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 점령 사실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 입장에서는 지난해 5월 바흐무트 점령 이후 최대 전과다. 이번 승리로 내달 대선에서 5선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의 입지는 한층 더 공고해졌다.

이 같은 전세를 바탕으로 러시아는 거듭 고압적인 자세로 점령 지역에 대한 인정을 우크라이나에게 요구 중이다. 러시아의 점령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20% 안팎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지금까지 양측의 사망자는 우크라이나가 8만여 명, 러시아는 6만여 명 수준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투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기반 시설 등 200조 원에 가까운 물적 피해를 추가로 입었다.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서 맹위를 떨친 그날 유럽 최대 안보 국제행사인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각국에 군사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화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푸틴의 격렬한 공격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인지 묻지 말고 오히려 왜 푸틴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지를 자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극도로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우크라이나의 전황은 악화되고 있지만 지난 75년간 유럽 안보의 핵심 축이었던 미국에 더는 전적으로 의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결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가 임박했다던 유럽 각국 참석자들이다. 그러나 이날 참가자의 관심은 온통 미 하원이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안을 끝내 처리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로 넘어갔다.

하원 공화당을 배후 조종해 예산안 처리를 가로막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그 후폭풍이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나토를 뒤흔들기 전에 유럽이 재무장을 완료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전체가 러시아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이 닥칠 지 모른다는 의미다.

이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방위비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의 방위비를 GDP의 4%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주저하다가 “3%나 혹은 3.5%에 이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의 안보 전문가 프랑수아 에이스부르 역시 “이건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 후 30년간 이어진 방위비 저투자의 결과를 돌려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