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밀실 공천’ ‘친문 배재’ 논란에 갈등 폭발…“공천 파동 수준”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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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박용진, 하위 10% 통보에 반발 “재심 신청하겠다”
친문 최재성 “칼질하고 자기 사람 만드는 것 하니까 반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자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자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배제된 여론조사가 이어지면서 반발이 거세다. ‘현역 평가 하위 20%’ 명단에도 비명(비이재명)계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밀실 공천’ ‘친문 배제 공천’이라는 지적과 함께 당내에서도 “이 정도면 공천 파동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전날부터 현역 평가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평가 결과를 통보하고 있다. ‘정세균계’ 4선 중진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지난 19일 하위 20% 통보를 받고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장관을 지내 친문계로도 분류된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도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나는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며 “그래서 많은 고초를 겪었고,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도 이날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10%라는 공관위 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난 대선 제 지역구 성남 중원이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 최고의 이재명 후보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목표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냐, 아니면 이 대표 개인 사당화의 완성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부의장과 박 의원의 ‘하위 평가’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비판 공세에 나섰다. 한 비대위원장은 20일 “왜 박용진과 김영주가 10%에 들어가느냐”면서 “그러면 이재명은 (하위) 1%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통보를 받은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공관위원장에게 전달한 명단은 위원장만 가지고 있으며 통보도 위원장이 직접 한다”며 “일부 언론사가 추측성으로 평가 하위 20% 운운하며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은 선거운동 방해와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일부 원외 인사들에게 ‘부적격’을 통보하면서 공천에 직접 관여했다는 폭로는 이날도 계속됐다. 경기 광주을 출마를 준비하다가 이 대표로부터 불출마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한 문학진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저한테 (적합도 조사) 수치를 다 밝혔다”면서 “당에 적합도 조사를 했는지 물어보니 안했다고 하고 경기도가 했다는데 세칭 비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갈등이 깊어지자 친문계에선 ‘경고’ 목소리가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은 공천 파동 수준의 단계에 왔다”면서 “이제 아주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수석은 “4년 전에는 이해찬 대표가 출마를 안하고 공천 관리를 잘했는데 이번엔 칼질하고 자기 사람 만드는 것을 요직들이 하니까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친문계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친문계 의원들과) 오늘도 만나고 계속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비선, 밀실, 사천 같은 얘기가 나온다”며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불법성 높은 것들이 나와 공정한 공천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경우 최근 지역구에서 자신을 제외한 여론조사가 실시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처럼 공천 관련 갈등이 깊어진 데 대해 이 대표는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훌륭한 인물들로 공천관리위원회가 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은 국민의힘과 다르게 이미 1년 전에 정해진 시스템, 특별당규, 당헌에 따라 공천은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평가 결과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은 동의하지 못하는 평가에 대해 당연히 불평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됐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된 거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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