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장 “고준위법 때문에 건식저장시설 늦어지면 전기요금 부담 가중”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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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선결조건”
"2월 임시국회 특별법 통과에 최선"
“2030년 한빛 원전부터 차례로 포화
"특별법제정되면 주민수용성 확보 용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일 "2030년부터 한빛원전, 한울원전, 고리원전 순서로 습식 저장조가 포화에 도달하는 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의 포화가 임박해 저장시설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 브리핑에서 “고준위 특별법은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다. 고준위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사장은 "울진·영덕·영일,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 과거 9차례 부지 선정 실패의 반복이 우려된다"며 "공모 절차, 주민투표 등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 제정은 방폐장 건설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임시방편으로 한수원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고준위 방폐물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주민 수용성 확보 등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원만히 추진되려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전까지 운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조 포화가 다가온 한빛·한울·고리원전 부지 인근에 각각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2030년 무렵부터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해당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자칫 이 같은 시설이 영구 방폐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황 사장은 “건식저장시설의 인허가와 건설이 늦어지면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 늘어난다.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만큼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사장은 "사용후핵연료가 가득 차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전소를 멈춘 바가 있다"며 준비 부족으로 국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 상황을 우려했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경주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부산일보DB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경주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부산일보DB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즉, 고준위 방폐장 확보는 해묵은 숙제이자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꼽힌다.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원전 내 수조가 사용후핵연료로 가득 차게 되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 1만 8600t(톤)을 포함해 (추가 건설 원전을 포함해) 총 32기의 총발생량 4만 4692t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핀란드가 2025년 세계 최고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이고, 일본과 독일도 부지 선정 중인 것을 비롯해 원전 운영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방폐물 처분 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원전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고 했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이번 국회를 넘길 경우 고준위 특별법 마련에 다시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하기 위한 ‘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은 여야에 의해 각각 발의됐다. 여야 모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건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핵심 쟁점인 시설 저장 용량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여당은 고준위 방폐장 수용 용량을 원전 '운영 기간 발생량'으로, 야당은 '설계 수명 기간 발생량'으로 하자면서 대립 중인데, 여당의 원전 확대 기조와 야당의 탈원전 기조가 부딪히면서 방폐장 용량을 둘러싼 대립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제정안의 자동 폐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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