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퇴직해도 챗GPT 활용해 맞춤법 검사기 성능 높일 터”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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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부산대 교수

1990년 개발해 35년째 관리
하루 4만 건 검사 ‘국민 사이트’
저장된 규칙만 7만여 개 달해
“여력 닿는 한 운영·개발 지속”

부산대 권혁철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점검하고 있다. 임지수 PD jisoo@ 부산대 권혁철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점검하고 있다. 임지수 PD jisoo@

자기소개서나 보고서를 자주 쓰는 학생과 직장인에게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는 필수로 통한다. 흔히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로 불리는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맞춤법 검사기의 대명사다. 무료인 데다 뛰어난 성능 덕분에 큰 사랑을 받았다.

검사기는 부산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권혁철 교수가 1990년 처음 개발했다. 35년 가까이 검사기 개발과 관리를 책임진 권 교수는 오는 3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권 교수는 인공지능을 전공한 한국어 정보처리 전문가다. 그가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사투리였다. ‘경상도말’을 쓰다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그는 ‘서울말’을 배우고 싶어 학생 시절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큰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권 교수가 대학에 임용된 1980년대 후반은 컴퓨터가 기업과 가정에 보급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컴퓨터로 한글 문서를 쉽고 바르게 작성하길 바라며 검사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발은 곧 벽에 막혔다. 당시 512킬로바이트(KB) 수준에 불과한 컴퓨터 메모리로는 한국어 단어 20만여 개를 저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머릿속에 이를 해결할 방법만 고민했는데, 어느 날 맥주를 마시다 컵 위로 떠오른 거품을 보고 우연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맥주 거품 덕에 권 교수는 1990년 시제품을 발표할 수 있었다.

검사기 개발을 이어가던 권 교수는 어느 날 고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의 전화를 받는다. 이어령은 장관실로 권 교수를 초대해 1000만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검사기 개발이 좋은 시도이니 잘 완성하라는 격려였다. 부산도시철도 요금이 170원이던 시절이었다.

검사기는 하루 평균 4만 건을 처리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탈자는 물론, 문맥에 따른 오류도 찾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 덕분이지만 원리 자체는 단순하다. 패턴에 따라 분류된 문장에 규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규칙을 정리하고 입력하는 작업은 사람의 몫이다. 권 교수는 지금도 새로운 규칙을 검사기에 일일이 입력한다. 현재 검사기에 저장된 규칙은 7만여 개에 이른다. 2000년엔 업체를 차려 체계적으로 개발과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유명 구직 사이트 등에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을 판매한 수익으로 운영 비용과 직원 인건비를 충당한다.

최근 권 교수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검사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오류를 고치는 부분에서는 AI가 검사기보다 낫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AI의 작동 방식을 검사기 규칙으로 만들면서 영감을 얻었다”며 “그 부분에서도 곧 따라잡기 위해 계속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명예교수로서 당분간 수업을 개설하고, 여력이 닿는 한 검사기 개발과 운영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이제 남는 시간을 전부 검사기 개발에 쓸 수 있어 좋다”며 “검사기가 앞으로도 사람들이 한국어를 잘 사용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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