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양형사·법무정책연구센터, 해양산업 기반 닦을 것"
최석윤 한국해양대 교수
국내 실정과 해외 사례 비교해
해양법무 가이드라인 제시 역할
관련 법 개정 시간도 줄어들 것
장기적으로는 해사법원 유치 등
해양법무 역량 부산 집결 기대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에서 만난 해양경찰학부 최석윤 교수는 “한국해양형사·법무정책연구센터는 해양법무 역량을 부산에 집결하고 해양산업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한국해양대에서 해양 분야에 대한 형사·법무 정책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형사·법무정책연구센터’가 개소했다. 해양산업 발전을 전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해양대가 공동으로 연구하는 기관으로, 해양대 해양경찰학부 최석윤 교수가 센터 설립을 기획하고 주도해왔다.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에서 만난 최 교수는 해양 분야 법무연구의 중요성은 해양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갖는 막대한 가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 항만, 수산,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해양산업은 연 국가 매출의 20%를 차지한다”며 “무역 국가인 우리나라에 해양산업이 흔들리면 나머지도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사 법규는 국제협약을 뿌리로 하고 각 국가마다 이행 법률을 제정한 형태다. 국내법을 제정하면서 일본 법을 베껴오듯 했고, 그 결과 일본의 엄정주의가 국내에도 반영됐다. 그는 “행정법에서는 행정제재로만 끝날 사안이, 해사법규에는 벌칙규정까지 딸려 있어 형사처벌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해양산업의 어려움은 불필요한 규제가 과다하거나 장려·육성 정책이 부재해 산업이 위축되는 두 가지인데, 이 둘이 결국 법의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해양산업 실정을 고려하고, 해외 사례 비교를 통해 해양법무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이 센터의 주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가 이루어지면 관련 법 개정에 드는 시간도 단축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부산항 내 도선선 최고속력 제한 문제를 예시로 들었다.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도선선이 ‘부산항 항법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항행 최고속력 제한을 받았고, 대기 중인 선박에 도선선이 제한 속력을 넘어 운항하다 경찰에 단속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반면 인천항과 경인항의 경우에는 도선선을 속력 제한에서 제외하는 예외선박으로 분류했다.
최 교수는 2017년 이 문제를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3년 뒤인 2020년에야 도선선을 속력 제한선박에서 제외하도록 규칙이 개정됐다. 그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연구하면 학계와 업계는 문제에 동의하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국책연구기관이 이런 문제를 직접 연구한다면 개선까지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항소심이 선고된 해상운임 담합 과징금 취소 소송도 국책연구기관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사례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해운업 특성상 동남아,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일정 범위의 담합행위를 해운법에서 공동행위로 정해서 허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담합으로 위법이 되니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수백억을 부과했고, 항소심에서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 집행이 잘못된 것을 짚어주고, 해외 사례와 비교해 합리적인 적용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양형사·법무정책연구센터는 센터장 2명, 4실 규모로 올 3월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최 교수는 “지금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20실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며 “지역의 유능한 전문 연구인력을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사법원 유치 등 해양법무 역량을 부산에 집결해 해양산업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