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만큼 바빠요"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숨은 일등공신 ‘볼 키즈’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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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중 아웃된 공 빠르게 수거
세계 최고 수준 경기 관전 기회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가 경기 중 공을 빠르게 수거하고 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가 경기 중 공을 빠르게 수거하고 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경기마다 탁구대 사이를 잽싸게 오가는 어린아이들이 눈에 띈다. 바로 볼키즈다. 이번 대회의 숨은 일등 공신 볼키즈들을 만났다.

볼키즈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경기 중 아웃된 공을 빠르게 수거하는 일을 한다. 한 경기마다 네 명씩 투입되며 사각 경기장 끄트머리에 앉아있다가 공이 탁구대를 벗어나면 빠르게 달려가 떨어진 공을 줍는다. 이렇게 매 게임 공을 모았다가 한 게임이 끝나는 휴지기에 심판에게 건네주는 것이 볼키즈의 소임이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볼키즈로 바쁘게 뛰고 있는 선수들과 감독을 만났다. 최지온(9), 윤사랑(10), 최승연(10), 곽민준(11) 선수다. 볼키즈들과 경기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조용순 감독이 함께했다.

이번 대회에서 투입된 볼키즈는 총 28명으로 9~13세 사이 아이들로 구성됐다. 모두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에 소속된 선수들로 선수가 아닌 볼키즈로 경기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하루에 많으면 3경기, 적으면 1~2경기씩 참가하는 볼키즈 일정은 빠듯하다. 나이가 어린 것을 감안해 4일, 6일씩 팀을 나눴고 각각 2교대, 3교대씩 번갈아 참가한다. 이날도 오후 1시 남자단체전 싱가포르-이란 24강전에 볼키즈로 참여했던 이들은 오후 5시 브라질을 상대로 8강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탁구대표팀 16강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장에서 직접 뛸 날을 그리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유망주들인 만큼 코앞에서 선수들을 볼 수 있는 매 경기가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관전할 기회인 셈이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로 활동하는 초등선수 최지온(9)·윤사랑(10) 양, 최승연(10)·곽민준(11) 군, 조용순 감독.(왼쪽부터) 변은샘 기자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볼키즈로 활동하는 초등선수 최지온(9)·윤사랑(10) 양, 최승연(10)·곽민준(11) 군, 조용순 감독.(왼쪽부터) 변은샘 기자

최승연 군은 “TV로만 봤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선수들 실력이 제가 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며 “속도도 파워도 다르더라”고 웃었다. 곽민준 군도 “공 주울 때 선수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어서 그 순간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조용순 감독은 “경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드물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볼키즈 경험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더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몸으로 탁구를 즐기고 있는 볼키즈들의 다짐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달라졌다. 곽민준 군은 “경기를 보면서 저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내 최지온 양도 “탁구 탑스핀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탑스핀이란 탁구공을 상대방 쪽으로 회전을 주면서 넘어가게 하는 기술이다. 윤사랑 양은 “신유빈 언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배시시 웃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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