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서구의 ‘상대’가 아닌 중동 그 자체의 이야기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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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 이세형

<중동 인사이트> 표지. <중동 인사이트> 표지.

지금껏 나에게 중동의 이미지는 사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나오는 모습이 전부라고 해도 썩 틀리지 않다. 사막, 낙타, 흰 옷(찾아보니 ‘칸두라’ ‘디시다샤’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해 그냥 ‘흰 옷’이라 쓴다), 분열된 아랍민족들…. 아, 하나가 더 있다. 미드 ‘24시’에서 24시간 내내 잭 바우어에게 쫓겨다니는 테러리스트의 이미지다. 이런 편협함이 다만 나뿐만은 아닐 거라 애써 자위한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중동은 그 자체로 주인공이 아니라 늘 서구 사회의 ‘상대’로 다뤄졌다. 때로는 피해자로, 때로는 가해자로 그들을 묘사했다. 그러나 현재의 중동은 다르다. 2030년 리야드 엑스포부터 2034년 사우디 월드컵까지 각종 국제행사을 연이어 유치하며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 인사이트>는 무지한 나에게 ‘현재의 중동’을 친절히, 제대로 설명한다. 저자는 중동 특파원을 지낸 현직 기자로, 중동을 정치외교 경제산업 사회문화 등 각 분야와 분야별 다양한 소주제로 나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서구 사회의 ‘상대’로서의 중동이 아니라, 중동 그 자체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좋다.

한숨에 다 읽어 내려가는 책이라기보다 여행서 혹은 참고서처럼 길게 두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고 싶은 책. 그렇다고 여행서나 참고서처럼 지식과 정보만으로 채운 것은 아니다. 거기에 ‘한국을 바라보는 세대별 시각 차이’ ‘미스터 에브리싱, 그는 사우디를 어떻게 바꿀까’ 등 그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더해져 책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잭 바우어에게 쫓기는 중동인이 아니라 현재 중동을 살아가는 실제 중동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한다. 알라후 아크바르!(오직 신만이 위대하시다!) 이세형 지음/들녘/474쪽/2만 2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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