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마다 ‘운행금지’ 노란 딱지... 운행 강행 vs 고발 검토
부산 해운대 A 아파트 승강기 운행금지 통보
승강기관리공단 정밀안전검사 불합격 탓
아파트 측 승강기 운행 강행하자 관할 지자체 고발 검토나서
부산 해운대 A 아파트가 승강기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아 운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A 아파트 승강기 내부에 붙은 승강기 운행 금지 안내문. 김준현 기자 joon@
23일 오후 5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A 아파트. 102동 입구에 들어서니 ‘승강기 운행금지’ 문구로 시작하는 노란 딱지가 승강기 문에 붙어 있었다. 노란 딱지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명의로 해당 엘리베이터가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02동뿐 아니라 110동, 111동 등 아파트 여러 승강기에서 노란 딱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800세대가 넘는 부산 한 아파트 단지 전체가 안전상 이유로 승강기 사용 금지 처분을 받았다. 아파트 측은 현실적인 이유로 승강기 운행을 강행했는데, 관할 지자체는 엄연한 불법 행위라 지적하며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해운대 A 아파트 단지 승강기 전부에 승강기 운행금지 명령이 내려졌다고 23일 밝혔다. 당장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 세대가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다.
승강기안전공단은 2011년 A 아파트 승강기에 법적으로 요구하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현행 승강기안전관리법(이하 승강기법)은 승강기에 어린이 손 끼임 방지 수단, 추락 방지 등 7대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A 아파트 승강기는 1996년 조성돼 해당 안전장치가 없다.
승강기안전공단은 유예 기간을 주면서 안전장치 설치를 지시했지만, A 아파트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아파트 내부적으로 노후 승강기에 안전장치를 추가하기보다 아예 승강기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승강기 교체 작업이 지연되면서 유예 기간이 끝났고, 아파트 단지 승강기 운행이 금지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A 아파트 측은 주민회의를 통해 승강기 운행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최대 24층 높이 아파트를 기약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승강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승강기가 고장 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약자, 환자가 있는데 어떻게 계단으로 일일이 올라가냐”고 반문했다.
다만 승강기 교체 작업이 모두 완료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승강기 한 대를 교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20일 정도다. 통상 승강기 교체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승강기 운행 강행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관할 지자체는 승강기 운행이 엄연한 불법 행위라면서 고발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승강기법에 따르면 정밀 안전 검사에 불합격한 승강기를 운행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해운대구청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한 승강기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현재 A 아파트가 승강기를 운영 중인 사실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회의 등 아파트 관리 주체를 대상으로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