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어나는 형형색색 에너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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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조헨 샴벡 첫 개인전
갤러리 하스, 유럽 교두보 선언



조헨 샴벡 ‘Lay Out’. 갤러리 하스 제공 조헨 샴벡 ‘Lay Out’. 갤러리 하스 제공

조헨 샴벡 ‘Dedication’. 갤러리 하스 제공 조헨 샴벡 ‘Dedication’. 갤러리 하스 제공

하얀 도화지 같은 흰 벽 위에 아름다운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꽃이라는 생각은 무리가 아니었다. 이처럼 풍부한 색채를 가진 것이 꽃 말고 또 있으랴. 하지만 작가는 꽃을 그린 것은 아니라고 한다. 힘, 에너지, 물질, 색깔을 주제로 그렸다는 설명이다. 아무래도 좋다. 작가가 고려하는 주제와는 별개로 그림은 각자가 느끼는 대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들어선 ‘갤러리 하스(HAS)’가 독일 작가 조헨 샴벡의 개인전 ‘레이 아웃(Lay Out)’을 시작으로 개관전을 열고 있다. 조헨 샴벡은 부산국제아트페어와 키아프 서울 (Kiaf SEOUL)에 참가해 꽤 알려졌지만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헨 샴백은 독일 표현주의 미술의 특징인 거친 터치와 형태, 풍부한 색채의 표현으로 본능적인 감성에 충실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몹시 두꺼운 페인팅으로 3차원의 입체감이 느껴진다. 알고 보니 샴백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평범하게 칠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물감을 던지고, 분사하고, 주무르기까지 한다. 역동적이면서도 편안하다. 마구잡이로 색칠한 것 같은데도 세련미가 흘러넘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충동적이고 직관적인 미의 세계다. 그 결과 비슷한 꽃 같지만 모양도 색깔도 모두 다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샴벡만을 위한 물감 만드는 공장 라인이 따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샴백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름대로 터득한 결괏값을 가지고 자신만의 물감을 주문한다. 공장 측에서는 샴백이 워낙 물감을 많이 쓰고 작품 또한 잘 나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화려한 원색의 샴백 작품들은 해변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갤러리 하스의 김현주 대표는 지금은 제니 김(JENNY KI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현역 작가이기도 하다. 2017~2022년 독일의 ‘갤러리 츠비슨’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있으면서 샴백을 비롯해 많은 유럽 작가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좋은 작가의 그림을 발견해서 전달하는 것은 작업과 비슷하다. 앞으로 유럽에서 활발히 작품활동 중인 중견 작가나 떠오르는 신인 작품을 부산에 계속 선보이고, 부산을 비롯한 국내 작가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3월 10일까지 열린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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