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막힌 한국 탁구남매들…남 동메달, 여 8강서 대회 마감
남, 준결승 중국전 2-3 역전패
명승부 끝에 ‘4연속 동메달’
여자는 8강서 0-3 완패 당해
12년 만의 메달, 다음 기회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중국과 접전을 펼친 한국 탁구 남자대표팀이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에서 중국에 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한 한국 탁구 여자대표팀이 선수들이 기자회견장에서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사상 처음 안방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인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탁구남매들이 ‘만리장성’에 막혀 역대 최고 성적에 미치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16~25일 열흘 동안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펼쳐진 부산 대회에서 한국 남자팀은 4강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팀은 8강에 그치며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직전 대회까지 세계선수권 단체전 3연속 동메달을 기록 중이던 남자팀은 이번 대회 내심 결승 진출과 사상 첫 금메달을 노렸다. 하지만 24일 4강전에서 중국의 높은 벽에 막혀 4연속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다만,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인 점은 희망을 엿보게 했다. 이날 한국은 에이스 장우진(세계랭킹 14위)이 1단식에서 중국 왕추친(2위)을 3-1로 제압한 데 이어 3단식에서 맏형 이상수(27위)가 마룽(3위)을 3-2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매치스코어 2-1로 중국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한국은 이후 4·5단식에서 장우진과 임종훈(18위)이 나란히 3-0으로 판전둥(1위)·왕추친에 무릎을 꿇으며 2-3 역전패를 당했다.
아쉬운 결과지만 내용 면에서는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대진운이 좋아 4강에서 중국을 피한 뒤 결승에서 맞붙었다면 메달의 색깔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남자대표팀 주장 이상수는 “팬분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경기였는데, 팬들이 보는 앞에서 좋은 경기 펼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중국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계속 노력하다 보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자팀보다 일찍 중국을 만난 여자팀도 높은 벽을 실감했다. 8강에서 중국과 맞붙은 여자팀은 이시온(44위)·전지희(21위)·신유빈(8위)이 차례로 출격했지만 쑨잉샤(1위)·천멍(3위)·왕이디(2위)에게 0-3 완패를 당했다. 실력 차를 절감하는 경기력이었다.
이날 패배로 여자팀은 2012년 도르트문트(독일) 대회 단체전 동메달 이후 끊긴 메달의 맥을 되찾지 못했다. 8강까지 주어지는 파리올림픽행 티켓만 획득한 채 대회를 마무리지었다. ‘삐약이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신유빈은 예선전 포함 5경기에서 2승 3패에 그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번 부산 대회 여자단체전은 중국이 금메달을 차지하며 6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앞서 네 번의 결승 맞대결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에 그친 일본은 24일 결승전에서 ‘4전 5기’를 노렸지만 2-3으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일본은 하야타 히나(5위)와 히라노 미우(18위)가 승리하며 한때 매치스코어 2-1로 앞섰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5연속 은메달의 아쉬움 속에서도 2008년생 일본의 샛별 하리모토 미와(16위)가 선전하며 기대감을 안겼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