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신문사-AI 회사 간 소송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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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뉴욕타임스, 오픈AI·MS 저작권 제소
"기사 데이터 무단 사용 신상품 만든 것"
승소 땐 '정보 서비스 인프라' 쓸모 입증
신문에 위험이자 기회, 창의적 대응해야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사용자가 질문을 제시하면 AI가 방대한 정보를 스스로 수집, 학습하여 사업 보고서와 기사를 작성하고, 텍스트나 사진, 그래프 등 온갖 형태의 자료로 척척 완성해 주는 시대가 됐다. 오픈AI라는 회사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를 최초로 출시해 돌풍을 일으킨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외의 플랫폼 기업은 너나없이 유사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AI가 주어진 질문에 대한 결과를 산출하려면 우선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 데이터 생산자 측과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미국 신문업계의 대표 주자인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2월 오픈AI와 MS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생성형 AI 도구는 정교한 알고리즘에 의존해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문사가 생산한 수많은 기사를 활용하게 됐다. NYT는 이에 대해 자사가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만들어 낸 생산물에 무임승차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소송 요지에서 밝혔다. NYT와 두 AI 회사 간의 저작권 소송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의 용도와 산업 전략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다.

이른바 올드 미디어, 특히 신문은 오랫동안 일종의 묶음 상품 판매 형태에 의존해 운영되었다.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고, 다양한 주제와 유형의 기사를 하루 단위로 모아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신문 사업의 기본 형태였다. 이러한 묶음 상품은 신문의 사업 모델에서도 근간을 이루었다. 판매 부수는 곧 신문이 독자에게 읽히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었고, 이를 기준으로 신문사의 주 수입원인 광고비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접어들면서 이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뉴스 이용이 종이보다는 온라인 중심으로 옮아가고, 신문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 같은 포털이 주된 뉴스 이용 경로로 바뀌면서, 뉴스는 묶음이 아니라 개별 기사 단위로 소비되었다. 포털 제휴 언론사들은 클릭 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뉴스는 포털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한 요인이었는데도, 정작 뉴스 이용을 통해 창출된 수입은 대부분 포털에게 돌아가고 생산자인 언론사의 몫은 미미했다. 생산자와 포털 간의 이처럼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는 개별 언론사의 안정적 운영뿐 아니라 뉴스 생태계 전체 차원에서도 우려할 만한 문제점이었다.

뉴스 이용 경로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옮아간 것은 불가피한 변화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이용을 독점하게 된 것은 신문업계의 근시안적인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신문사들은 일찍부터 온라인 기사 서비스를 시작해 디지털화에 앞서 있었는데도, 미래의 경쟁사인 포털에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기사를 제공해 대기업으로 키워준 셈이다. 과거의 뼈아픈 교훈을 돌이켜볼 때, 생성형 AI의 등장은 뉴스 업계에 또 한 차례 다가온 새로운 형태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보아야 한다.

최근 들어 뉴스 이용도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털의 사업 전략에서도 뉴스는 점차 후순위로 밀려나는 추세다. 이처럼 우려할 만한 추세에 직면해,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은 뉴스 업계의 존속에 필수 요건이 됐다. NYT와 AI 기업 간의 소송은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시도의 단초라고 보아야 한다. 뉴스 콘텐츠는 생성형 AI가 학습 자료로 삼기에 여러모로 적합한 품질을 갖추었다. 한국신문협회의 주장을 따르자면, 온라인으로 쉽게 접촉할 수 있고, 나름대로 팩트체킹을 거치며,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기 때문이다. 만약 NYT 소송이 성공한다면, 신문은 뉴스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도 있다.

정보 유통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 뉴스는 변함없이 필수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뉴스의 이용 방식이나 ‘용도’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신문은 원래 묶음 상품 소비용으로 개발되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개별 기사 단위로 소비되었고, 앞으로는 다른 정보 서비스의 인프라로서 유용성을 더 발휘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게 사실성과 정확성을 근간으로 하는 저널리즘의 전통은 굳건하게 지켜나가야 하겠지만,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좀 더 창의적인 대응 자세가 필요하다. 눈앞에 다가온 미래에 대비하려는 변신 노력은 뉴스 업계의 생존뿐 아니라 건강한 뉴스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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